미국이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상대 3개국은 각각 즉각적인 보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이 보복의 악순환 회로 속으로 진입하며 전방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마약과 군사, 안보 등 비(非) 통상 이슈를 관세와 연계시켜 협상 ‘지렛대’로 삼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은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의 불확실성을 전례없는 수준으로 가중시키고 있다. 이 가운데, 확전일로인 무역 전쟁이 미국의 상대국 뿐 아니라 미 경제도 타격해 고물가와 경기후퇴가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날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각각 25%의 관세를, 중국산엔 지난달 10%에 이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즉각 부과한다고 이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미국에 대한 관세·비관세 보복 조치를 오는 9일 발표하겠다고 했다. 미국산 농산물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오는 10일부터 닭고기, 밀, 수수, 대두 등에 10∼15%의 추가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트럼프 정부의 선전포고로 시작된 관세 전쟁이 미 경제에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미 증시에 즉각 반영됐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나스닥 등 3대 지수가 이틀간 각각 3%씩 하락했다. 높은 관세가 미국의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경기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핵심이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존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연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 대형 소매업체 타깃과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각각 농산물과 공산품 등 가격이 곧바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반도체, 의약품에도 25% 또는 그 이상의 관세를 준비 중이다. 멕시코·캐나다산 25% 관세 부과만으로도 미국 성장률을 2026∼2029년 매년 0.2%포인트 낮추고 올해 인플레이션을 0.43%포인트 높일 것이라는 미국 경제연구소 보고서도 나왔다.
한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수출에 직격탄을 맞게 될 뿐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위축을 감당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와 생산시설을 늘리고 정부 차원의 조선·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는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관세 전쟁에 대응하는 것 뿐 아니라 내수를 진작하고 수출입 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이 각별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