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피크 코리아’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실물경제의 3대 축인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는 ‘트리플 감소’ 를 나타내면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월 전(全)산업생산은 전달보다 2.7% 감소해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2월 이후 4년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설비투자는 14.2% 급감해 2020년 10월 이후 최악의 성작표를 받았다. 움츠러든 소비도 반등하지 못했다. 정부가 설 연휴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하며 내수 진작에 나섰지만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달보다 0.6% 떨어졌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전망도 어둡다. 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발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한국의 총수출액(6838억달러)을 감안하면 전체 수출액의 약 6.6%가 증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3만6624달러로 2023년 보다 1.2% 늘었다. 1인당 GNI는 2014년(3만798달러) 처음 3만달러에 진입했지만, 역대 최고치였던 2021년 3만7898달러를 밑돌며 10년째 3만달러대에 갇혀 있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1%를 기록했다. 한은 등 경제기관은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2%에 머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실화되면 지난해 2분기 -0.2%, 3분기 0.1%, 4분기 0.1%에 이어 네 분기 연속 0.2% 이하를 기록하는 것이다.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았다는 뜻이다. 이는 196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한국의 경제체력이 이미 쇠약해진 상태에서 이제 막 시작된 트럼프발 관세전쟁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상경계열 교수 111명에게 피크 코리아 주장에 동의하느냐고 물으니 10명 중 7명(66.7%)이 그렇다고 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성장동력 부재, 노동시장 경직성 등이 원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꼽은 요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가 답을 알면서도 구조개혁에 들어가는 대가가 두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한국경제가 늙고 체력은 부실해진 것이다.

구조개혁이야 중장기적 과제라지만 당장의 실물경제를 지탱하려면 추가경정예산, 주52시간제 예외적용 같은 마중물이 필요한데 이 마저도 탄핵 정국에 묻혀 겉돌고 있다. 이러다 한국경제가 심장질환 같은 중증에 빠질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