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의 버거킹에 가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와퍼 햄버거의 패티 옵션을 쇠고기와 돼지고기 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쇠고기를 잘 먹지 않는 일부 태국인 입맛을 고려한 현지화 전략인데 버거킹 뿐만 아니라 맥도날드 등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현지화 사례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태국인이 쇠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는 크게 종교와 농경사회의 영향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으나, 주된 요인은 종교(중국 불교)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작년 기준 태국의 인구는 약 7000만명이며, 태국 사회는 태국계·중국계 태국인·말레이계 태국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쇠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은 두 번째 다수 집단인 중국계 태국인으로서 인구의 14%를 구성한다.
중국계 태국인들 중 일부는 중국 대승 불교의 관음보살(자비의 여신)을 믿는데, 소를 먹지 않는 것은 소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는 종교적인 믿음 때문이다. 전설에 따르면 관음보살의 아버지는 소로 여러 번 환생했으며 이를 믿는 신자들은 관음보살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쇠고기를 먹는 것을 터부시한다. 요즘 세대는 이러한 터부를 개의치 않지만, 어릴 적부터 쇠고기를 잘 먹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
이외에도 태국 식문화에는 채식이 발달했다는 흥미로운 점이 있다. 태국에서는 매년 음력 9월 1일~9일에 전통 채식 축제인 ‘낀째’가 열리는데, 축제 기간에는 살육을 삼가고 채식을 해야 한다.
중국계 이민자들을 통해 유입된 이 문화는 태국의 지역 관습과 융합되어 웅장한 축제의 형태를 갖추게 됐으며, 매년 야오와랏(방콕 차이나타운)과 푸켓 등지에서 관련 대규모 행사가 벌어진다. 낀째 기간이 되면 여러 유통업체에서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때문에 중국계 태국인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고 참여한다.
태국의 채식 인구는 계속 증가해 올해는 전체 인구의 약 1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 단백질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데 태국의 대표 수산물 기업인 ‘타이 유니온’은 9억1000만 바트(약 380억원) 규모의 푸드테크 벤처 펀드를 조성하고, 초파리 유충에서 단백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 ‘플라잉 스파크’에 첫 투자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태국 곤충 단백질 제조업체 ‘프로타니카’가 귀뚜라미를 활용한 단백질 분말, 쿠키를 생산하는 등 태국에서는 이색적인 대체 단백질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관련해 태국 식품의약안전청(FDA)은 대체 단백질 표준 확립을 위해 생산 및 수입과 관련된 여러 국제 규정을 검토하고 작년 6월 초안에 대한 공개 협의를 진행, 기준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동남아 시장에서의 한류 열풍으로 태국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우리 기업이 많아졌다. 이 가운데 태국 시장을 쉽게 보고 접근했다가 수출 성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러 있다. 태국의 식품 관련 인증 절차가 까다로운 편은 아니지만, 미식의 나라인 만큼 소비자의 니즈가 세분화 돼 있기 때문이다.
태국에 식품 수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은 현지의 문화·소비자 특성을 철저하게 분석해 제품 개발 및 프로모션 방법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김지현 코트라 방콕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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