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나 면제 없이 적용한다”고 공식발표했으며 백악관은 이 조치를 내달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멕시코와·캐나다, 중국을 대상으로 서막을 연 관세전쟁의 세계적 확전을 알리는 포성이다. 자동차·조선·가전 등의 핵심 원료이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은 우리나라가 세계 6위 생산국이자, 대미(對美) 4위 수출국이어서 트럼프발 관세폭탄의 사정권을 벗어나기 어렵다. 미국 CNBC 방송은 철강 25% 관세가 1~3위 수출국인 캐나다와 브라질, 멕시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국은 철강 자체 생산보다 수요가 많은 ‘철강 순수입국’이다. 자체 생산량이 총소비량의 90% 수준이다. 작년 수입량은 약 2886만t으로 캐나다(22.7%), 브라질(15.6%), 멕시코(12.2%) 등 인접국에서 절반가량 들여온다. 한국(9.7%)은 그 뒤를 잇는 4위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철강 수입으로 US스틸을 비롯한 자국 철강 산업이 위기에 빠지며 핵심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1기 때도 관세 공세를 폈지만 지금은 속도가 더 빠르고 강도도 더 세다.

문제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철강 업계가 건설, 자동차 등 전방 산업의 부진에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범람으로 심각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와중에 대형 악재와 맞닥뜨렸다는 점이다. 1기 때처럼 막판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제철소를 지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 1기때 한국은 협상 끝에 직전 3개년도 평균 수출량의 70%에 해당하는 무관세 쿼터(연간 263만t)를 받아, 지금도 그 범위 안에서 수출하고 있다. 미국이 ‘25% 관세’를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는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우리로서는 1기 때 부여받은 쿼터를 추가로 줄이면서 무관세를 유지하거나 25% 관세를 적용받는 대신 기존의 쿼터를 없애는 식으로 충격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쿼터제는 쿼터제대로 적용받고, 거기에 25% 관세까지 얻어맞게 되면 최악이다. 조선·원전·반도체 부문 협력과 LNG 수입 확대 등 미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면서 협상력을 높이는 거래의 기술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현대제철 포스코 등의 사례처럼 미국 내 생산 기지 확보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근본적 대책은 K산업의 기술적 시장 지배력을 높여 협상의 우위에 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