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30조8000억원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9월에 내놨던 재추계 결과보다도 1조2000억원이 부족했다. 2023년에 56조400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결손으로 세수 펑크 규모가 총 87조2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세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예산을 짰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재정 운영의 신뢰가 흔들리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세수 추계가 계속 빗나간 주된 원인은 경기 전망 오류와 과도한 낙관론이다. 2023년과 2024년 모두 법인세수가 정부 예측보다 크게 줄었는데,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44.2%나 감소해 법인세가 15조원 덜 걷혔고,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양도소득세도 5조7000억원 모자랐다. 정부의 경제 전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얘기다. 기업 실적 악화와 소비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예산을 짠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올해 설정한 세수 목표치 382조4000억원도 달성 여부가 의문시된다. 지난해보다 45조9000억원이나 더 걷어야 하는데 내수부진과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상황은 부정적이다. 갈수록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정부의 대응력이 중요한 시점에 일단 예산을 잡아놓고 보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지난해 예산 중 지방교부세 감액 등으로 쓰지 못한 불용액이 20조1000억원이나 된다. 정부는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비 등을 못 쓴 ‘사실상 불용액’이 9조3000억원이라며 예년수준이라지만 얼어붙은 경기를 녹이는 데 제때 대응하지 못한 셈이다.
현재 재정상태를 감안하면 사실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속편한 상황이라 할 수 없다. 결국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해 자칫 재정건전성 악화와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불안한 상태다. 정치권에선 추경 규모로 30조원을 거론하는데 적정 규모로 편성해 꼭 필요한 곳에 투입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포퓰리즘 예산으로 흘러선 안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정확한 세수 추계는 나라 살림의 기본이다. 오차율이 8.4%나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재정 정책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도록 세수 추계의 정확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실시간 분석 능력을 강화하고, 보다 정교한 모델을 도입해 예측 오차를 줄여야 한다. 세입 기반도 튼튼히 해야 한다. 감세정책에 연연해야 할 게 아니라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잘되도록 뒷받침하는게 결국 세수를 늘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