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3일 시작됐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우클릭 행보로 극한 대치를 벌여온 여야 사이에 접점의 여지가 생긴 점은 다행이다. 이 대표가 분배 대신 성장을 강조하고 민생지원금 요구를 철회하는 등 실용적 기조를 보이면서 일부 정책 현안에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의 정쟁을 뒤로하고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경제학자 설문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6%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망치는 1.3%까지 내려간 상태다.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기 위한 재정 투입이 시급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를 문제 삼으면서 1분기 예산을 최대한 조기 집행한 뒤 추경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이재명 대표가 민생지원금 포기, 인공지능(AI)예산 포함 등을 내걸고 신속한 추경 편성을 제안한 마당에 저의야 어떻든 민생을 살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법 개정도 시급하다. 반도체특별법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필수적 조치다. 특히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은 더 미룰 수 없다. 주요 경쟁국은 24시간 일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우리만 경직된 노동시간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첨단기술 산업에서 속도는 생명인데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이 대표가 근로기준법 유연화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정책 실현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루 885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도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 민주당의 45%와 국민의힘의 43%가 대립해 결론을 못낸 상태다. 인기를 얻을 수 없는 국민연금 개혁은 오히려 지금이 합의를 이뤄내는 데 적기이다.
지금 첨단 기술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딥시크 충격 등 AI에 대한 위기감이 적지 않다. AI기술은 산업을 넘어 국가의 생존이 걸린 사안이다. 그런데 한국은 국가별 ‘2024 주목할 만한 AI’에 한 개도 올리지 못했다. 미국(36개), 중국(10개),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도 1개인데 한국은 제로다. 수많은 AI인재들이 포진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혁신적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임시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조기 대선만 바라봐선 안된다. 여야가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시하는 협치의 모습을 보이는 게 민심에 부응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