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강타한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미국 빅테크들과 견줘 10분의 1에 불과한 극강의 ‘가성비’를 앞세운 생성AI모델 ‘R1’의 성능이 미국 오픈AI의 챗GPT에 필적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AI시장의 맹주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하루 새 5890억달러(약 847조원) 증발할 정도로 미국 증시와 테크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딥시크의 등장 순간을 1957년 소련이 쏘아 올린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에 비유해 “AI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는 진단도 덧붙여졌다. 미국 아닌 다른 국가도 적은 돈으로 강력한 AI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딥시크가 증명하면서 글로벌 AI산업의 지형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기술굴기’를 막으려는 미국의 전방위 제재를 중국이 자체 기술력으로 돌파하고 있다는 것도 시사점을 준다. 미국은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중국 수출을 막았지만 중국은 화웨이 등을 통해 AI칩 자체 개발에 한창이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라는 압박이 중국에는 오히려 기술독립의 기회가 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일(1월 20일)에 R1이 공개된 것도 중국이 미국과 AI 패권경쟁에서 물러날 의지가 없다는 뜻을 내비친다.

물론 아직 딥시크의 성공을 말하기엔 이르다. 엔비디아 첨단 칩을 우회 획득했다는 의심도 있고 기술력을 과대 포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시작은 늘 비슷했다. 성능이 다소 달리더라도 경쟁국이 따라잡을 수 없는 가성비와 속도로 시장을 장악한 뒤 마지막으로 성능마저 끌어올려 경쟁자를 무너뜨렸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글로벌 전기차 1위 테슬라를 바짝 뒤쫓고 있는 BYD, 세계 배터리시장 1위 CATL, 삼성·LG전자의 안방 한국에서 로봇청소기시장 1위를 차지한 로보락이 상징적 사례다. 기술인재가 핵심인 AI의 경우 중국의 강점이 두드러진다. 중국은 2022년 기준 세계 최고 수준(상위 20%) AI 연구인력의 47%를 배출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법을 유연하게 적용한 덕분에 ‘데이터 라벨링(AI 학습용 가공)’비용이 미국의 10%밖에 들지 않는다.

중국발 AI 쇼크는 우리의 혁신역량을 돌아보게 한다. 딥시크의 성과는 극강의 가성비가 상징하는 기술력, 정부의 전폭적 지원, 낮은 규제와 저렴한 인프라비용이 합작한 결과다. 반면 우리는 AI산업의 기반인 반도체 및 전력망확충특별법 처리도 탄핵정국 속에 뒷전으로 밀리는 등 정부 지원과 인프라 구축이 하세월이다. 이래서는 ‘트럼프스톰’은 물론 중국의 공습도 막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