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세계의 안보 정세는 2024년으로부터의 변화와 지속성이라는 관점에서 전망해볼 수 있다.
앞서 지난해가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진영과 중국과 러시아 권위주의 연대 간의 대립으로 특징 지어졌다. 이후 미-중 전략경쟁이 계속됐고, 미국과 러시아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년 내내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2025년이 시작됐다. 트럼프의 미국은 인권이나 가치보다 경제에 집중하여 중국 견제에 나설 것이고, 중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통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자유무역보다는 보호무역 기조로 변화할 것 같다. 또한 미국은 중국과 핵심 분야는 경쟁하되, 상생할 분야도 인정한다는 디리스킹 정책은 버릴 것 같다. 그 대신 중국 경제 전체와의 디커플링으로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디커플링과 고관세 정책은 중국 경제의 저성장을 더욱 부추키고, 그 결과로 중국 경제에 의존도가 큰 국가들의 대(對)중국 수출 감소와 글로벌 저성장 추세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우리 경제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5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선거 기간에도 전쟁의 조기 종결을 주장해왔다. 또한 미국의 자산과 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며 나토(NATO)에서 미국의 역할을 감소시키려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2025년 또 하나의 변화는 트럼프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을 지렛대로 해 전쟁 중단을 압박하는 모습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단시점은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관계를 결정지을 수 있어 우리 안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무기와 병력 부족 때문에 북한과 협력하는 중이므로 종전은 러시아의 협력 소요를 급감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전쟁이 오래갈수록 러북관계에서 북한의 입지는 강화되고 러시아로부터 북한으로의 지원은 확대될 것이다.
반면 전쟁이 빨리 끝난다면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도 단기적 협력으로 제한될 수 있다. 이처럼 2025년 세계 안보 정세의 변화는 우리 경제와 안보에 대해 미칠 파장이 클 전망이다.
반면에 변화보다 지속성이 예견되는 이슈도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 우주정책 차관보였던 비핀 나랑은 핵 보유국들이 군비통제에 관심이 없고 현상타파를 위한 도전에 나서는 중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위와 같은 강대국들간의 핵 군비통제 와해와 핵 군비경쟁은 2025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지속성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안보에도 영향이 미친다. 이렇듯 2024년 대비 2025년 세계 정세의 변화와 지속성은 우리의 전략환경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우리의 새해 전략구상에 있어서 남북관계를 비롯해 한미동맹과 대주변국 관계 등 양자 또는 다자간 관계 전망도 중요하지만 세계 안보 정세의 비교 분석과 평가도 필요한 이유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