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2%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물가 자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으로 작년 7월 발표했던 올해 전망치(2.2%)보다 0.4%포인트나 낫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이 지난해 8.1%에서 올해 1.5% 증가하는데 그칠 전망인데다 내수 부진, ‘트럼프 리스크’, 탄핵정국 등 겹겹의 불확실성이 반영된 수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통계를 집계한 1954년 이후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간 건 1956년(0.6%·한국전쟁 여파), 1980년(-1.6%·오일쇼크), 1998년(-5.1%·외환위기), 2009년(0.8%·금융위기), 2020년(-0.7%·코로나19), 2023년(1.4%·반도체 불황) 등 여섯 번뿐이다. 올해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나 팬데믹 수준의 악전고투 상황에 놓였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는 2일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2.3%)보다 낮아진 1.8%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1.8% 성장에 1.8% 물가라는 것은 경제가 헛바퀴를 돌아 실질소득이 한 푼도 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이 늘지 않으면 소비는 더 위축되고 이는 기업 투자와 고용침체로 이어져 경기 불황의 골을 더 깊게한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고용목표(취업자 증가)를 지난해 보다 5만명 낮춘 12만명으로 잡았다. 이에따라 불황을 최전선에서 맞는 자영업·소상공인들과 서민경제가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다. 정부가 지난해 대비 추가 소비분에 소득공제를 더 해주고,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한시 인하하는 등 각종 내수 진작책을 앞세워 급한 불을 끄는데 역점을 두기로 한 이유다.
정부가 85조원 규모의 올해 민생·경기 사업 예산 중 40%(34조원) 이상을 1분기 안으로 집행하고 18조원 규모의 공공부문 재원을 총동원해 경기를 보강하겠다고 한 것은 최대한 내수의 불씨를 살려 경기 침체를 막아보겠다는 안간힘이다. 탄핵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5~6개월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생과 경기부양에 방점을 찍은 결정은 잘한 일이다.
문제는 4조1000억원이 감액된 올해 정부 예산으로 역대급 경기 한파가 몰아칠 올해 민생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감액된 부분이 성장률에 0.06%포인트 정도 마이너스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미국 신정부의 관세정책 영향 등으로 하반기 경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감액 예산을 원래 대로 돌리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이른 시기에 결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여여정 국정협의체에서 조속히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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