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는 혼란과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현장 인근엔 윤 대통령 극렬지지자들이 집결하고 경찰 인력이 대규모로 배치됐다. 공수처가 체포를 막아서는 관저 군부대 및 대통령 경호처와 대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법원이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한 지난달 31일 이후 대통령 관저 앞은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법 집행을 막아서려는 지지자들의 집회가 이어진 터였다. 특히 윤 대통령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지지자들에 편지를 보낸 1일부터 현장 분위기는 더욱 과격해졌다. 윤상현·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2일 현장을 찾아 “윤 대통령을 지키자”며 연설을 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같은당 의원들도 체포·수색영장이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사출신인 대통령이 법을 무시하며 수사를 회피하고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지지자들과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에 불법 행위를 부추기고 여당은 이를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양상이 이어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관저 앞 지지자들에 보낸 편지에서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보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윤갑근 변호사는 2일 입장문에서 “만일 경찰기동대가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혼잡 경비 활동을 넘어 공수처를 대신해 체포·수색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부정선거론 등 일부 극우 성향 유튜버의 주장에 근거해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담화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12·3 비상계엄 당시 군병력의 선관위 투입을 지시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계엄을 통해 입법·사법부 기능까지 제약하는 ‘비상대권’을 도모하려던 것도 일부 극단 세력의 주장에 동조한 결과라는 정황도 드러났다. 그런데도 여당에선 적극적 만류나 비판보다는 찬동이나 묵인의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더 이상 정치권이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해선 안된다. 보수든 진보든 법과 상식을 거스르는 극단주의와는 단호하게 결별해야 한다. 특히 여당은 극우 성향 유튜버나 극렬 지지층에 더 이상 휘둘려선 안된다. 공동체와 사회통합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보수정신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야당 또한 국가적 비상 시기에 국민 여론이 나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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