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내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통해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지속하고 성장의 하방압력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하면서 경제 상황 변화에 맞추어 ‘추가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이 금리인하를 시장에 공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통화정책의 초점을 물가에서 ‘경기 부양’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한국 경제가 계엄·탄핵사태 등으로 불안하고, 트럼프의 고관세 위협 등 통상환경 변화로 내년 1%대 저성장 진입이 우려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의적절한 선택이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대체로 한은이 내년 1월부터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측한다. 1월 16일에 금리인하를 택한다면, 올해 10월과 11월에 이어 3연속 인하다. 금리를 연속으로 3회 이상 낮춘 건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0월~2009년 2월까지 6회)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계엄·탄핵정국이 실물경제에 가져올 충격파가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의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가 88.4(기준값 100)로 전달보다 12.3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팬데믹 시기를 빼면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12.6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기업들도 혼미한 정국과 대외 환경 불확실성 탓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종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내년 1월 BSI 전망치가 84.6으로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한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소비를 진작하고 기업 투자를 유인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은 잘한 일 이지만 이것 만으로는 경기 부양에 역부족이다. 미국이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서면 가뜩이나 치솟은 환율을 자극해 원화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과 수입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내수 침체의 골을 더 깊게할 수 있다.

통화정책이 갖는 한계는 결국 재정이 감당해야 한다. 한은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섰듯 정부도 ‘적극 재정’으로 정책 조합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정부가 내년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풀기로 하면서 그런 의지를 보인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초유의 야당 단독 감액 예산안 통과로 4조1000억원이 잘려나간 재정으로는 적극적 역할을 하기 어렵다.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추경 조기 편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