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과 함께 강력한 관세 인상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 경제 전문가 다수는 트럼프발 고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준이 내년 말 금리를 3.5%선에서 지킬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인하 목표치보다 높게 본 것이다. 내수 부진으로 금리 인하가 절실한 우리로선 험로가 예상된다.

FT 설문 응답자 60%는 보편 관세와 중국산 제품 고율 관세가 현실화되면 미국의 물가상승을 촉발할 것으로 봤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9월 전년 동기 대비 2.4%까지 떨어진 후 11월 2.7%로 점차 반등하고 있다. 연준은 CPI 2%를 목표로 금리를 연속 인상해 5.25~5.5%까지 끌어올렸다가 물가상승세가 둔화되자 지난 9월과 11월 두차례 금리 인하를 통해 4.5~4.75%로 낮췄다. 하지만 최근 수개월 동안 물가하락 추세가 멈추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조기 종료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 이상인 고환율 시대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또 다른 악재다. 과거 환율 급등을 초래했던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 미·중 패권 경쟁,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국내 정치적 불안정까지 겹친 복합 위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와중에 외환시장 안정화에 쓸 외환안정자금마저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3억 9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였던 2021년 10월(4692억 1000만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규모도 내년 140조 3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외환 방파제가 동시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외환보유액은 대외 충격에 대응하는 방어선이자 국가 신인도의 상징이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4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외국인 자본의 유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안심할 수준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외평기금을 세수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헐어 써온 것은 위험하다.

국제적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의 안정적인 수준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대비도 철저해야 한다. 연준이 오는 18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측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다면 4.50%로 우리와 금리차는 1.50%포인트로 줄어든다. 한은도 자본 이동, 내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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