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 이후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 정부도 관례를 깨고 한국의 상황에 대해 공개적이고 구체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주요국과 주요 국제기구도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우려하고 사태의 전개를 주시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각국 최고위급 인사나 고위 관료들이 방한 계획을 보류·취소하는 등 외교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다행인 것은 동맹과 우방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우리 국민의 민주적 열망과 민주주의 회복력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기대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계엄 사태로 인한 외교·안보 영향을 최소화하고, 이전 수준으로 대외 관계를 복원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

미국 베탄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 등에 대해 “우리는 시험과 불확실성의 시기에 놓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고무돼 있으며 대한민국의 민주적 시스템과 민주적 절차가 승리할 것을 계속 기대한다”고 했다. 또 “우리는 지난 3일 있었던 상황(계엄령 선포)에 대해 우려했다”며 “이 전개를 둘러싼 결정과 관련해 답변이 이루어져야 할 많은 질문이 있다”고도 했는데, 이는 커트 캠벨 부장관에 이어 미 국무부에서 나온 공개적인 비판 발언이다. 전날 캠벨 부장관은 계엄 선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계엄 사태가 한미일 협력 관계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4일 “한국의 혼란은 태평양 3자 협력에 대한 최신의 위협”이라며 미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했다. 계엄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으로 인한 정책 변화가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이었고,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및 집권당의 불안이 큰 변수였으나 이제 한국 상황이 새로운 리스크가 됐다는 내용이다. NYT는 계엄 사태 이후의 외교적 파장도 언급했는데, 실제로 연내 한국 방문을 추진해온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도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으며, 내년 1월 방한을 추진해온 이시바 총리의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미 국방부는 로이드 오스틴 장관의 방일 계획을 이날 밝혔는데, 애초 함께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던 방한에 대해선 “예정에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국가 존망과 국민 생명이 달린 외교와 안보는 어떤 경우라도 흔들려선 안된다. 하루빨리 계엄 사태로 인한 혼란 상황을 끝내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와 함께 외교 당국은 모든 채널을 가동해 국제사회를 안심시키고, 군은 정치에 동요하지 말고 빈틈 없는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