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스타벅스 ‘김포애기봉생태공원점’ 개장
北 개풍군·한강 하류 조망…정상서 커피 한잔
김포시, 복합문화시설 신축 예정…모노레일도
[헤럴드경제(김포)=김벼리 기자] “기다리는 동안 추웠는데, 그래도 보람이 있네요.”
한강과 임진강, 그리고 북한의 예성강이 서로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한강 하류. 넓은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북한 개풍군을 마주하는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섰다.
29일 오전 평화생태공원 전망대 건물에는 스타벅스 ‘김포애기봉생태공원점’ 개장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긴 줄이 형성됐다.
첫 번째로 매장에 들어선 백혜순 씨는 “기사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소식을 듣고 혼자 오기 아까워 학부모회 소속 지인들과 같이 왔다”며 “평소 가족과 애기봉을 종종 찾았는데 이번 스타벅스 입점을 계기로 관광객이 더 많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차례로 매장에 입장한 고객들은 각자 메뉴를 주문한 뒤 매장 안팎에 자리를 잡고 삼삼오오 모여 경치를 감상했다. 7살 딸, 남편과 함께 매장을 찾은 40대 김현주 씨는 “평소 친근하게 봤던 스타벅스가 애기봉에 생긴 것이 아이한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스타벅스 김포애기봉생태공원점에는 개장을 기념해 김병수 김포시장을 비롯해 김포시 관계자들이 방문했다.
김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스타벅스 입점으로 애기봉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안보와 평화의 관광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많은 분들이 오셔서 북한의 모습을 보면서 이산가족의 따뜻함 같은 것들을 공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스타벅스 매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하고, 해병대와 관련한 메뉴를 하나 개발해 추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포시의 초청을 받은 베트남 참전 유공자 등 참전용사들도 매장을 찾았다. 참전용사 신분을 드러내는 모자와 외투를 착용한 이들은 차분히 강 건너 북한 땅을 바라봤다. 차가운 날씨에 스타벅스 커피가 이들의 손을 따뜻하게 했다.
육군 맹호부대 출신 김모 씨는 “(애기봉에) 스타벅스가 생기면서 커피 한잔하면서 이북도 보고 참 좋다”며 “같은 민족끼리 싸우지 말고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월남 참전용사 김포시 지회 소속인 복진선(82) 씨도 “오늘 카페를 연다고 해서 왔는데 감회가 새롭다”며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지도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김포시는 이번 스타벅스 김포애기봉생태공원점 개장을 시작으로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을 글로벌 관광 명소로 키울 계획이다.
애기봉은 경기 김포시 하성면에 있는 높이 155m의 봉우리다. 조선 인조 시절 기생 ‘애기’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기봉은 한국전쟁 당시 주요 격전지 중 하나였다. 2021년 10월 애기봉 일대에 평화생태공원이 조성되면서 애기봉은 평화를 상징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평화생태공원은 개장 후 20만명이 넘게 방문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매달 한 번씩 야간 기행 행사도 열린다.
김포시는 이번 개장 이후 늘어날 방문객을 겨냥해 문화·예술·국제 회의를 위한 복합문화시설을 신축할 계획이다. 모노레일도 설치한다. 점진적으로 거점 관광단지로 키우려는 청사진이다.
오는 30일에는 애기봉의 야경을 배경으로 한 특별문화행사를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나눔미술은행의 소장품 기획 전시와 국립중앙극장의 별별실감극장 상영도 이뤄진다. 시민과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할 방침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지난 1년간 다양한 국제행사와 방문을 통해 김포시가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적 행사를 유치하고,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을 대표적인 문화·산업 허브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