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사서 CEO 21명 물갈이
실적부진 계열사 대부분 교체
신유열 전무 1년만에 부사장
1970년대생 12명 전면 포진
롯데그룹이 최고경영자(CEO) 21명을 교체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호텔, 면세점 등 실적이 악화된 계열사 수장은 대부분 물갈이됐다. 핵심 계열사의 부진에 이어 ‘유동성 위기설’까지 불거지자, 신동빈 회장이 칼을 빼 들었다는 분석이다. ‘3세’ 신유열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1970년대생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등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28일 롯데지주를 비롯한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경영체질 혁신·고강도 인적쇄신·젊은 인재 중용’에 방점이 찍혔다. 이번 인사로 롯데그룹 전체 CEO 가운데 36%(21명)가 교체됐다. 임원 규모도 지난해 말에 비해 13% 줄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후에도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호텔롯데 3개의 사업부(호텔·면세점·월드) 대표는 모두 물러났다. 김태홍 호텔롯데 대표는 취임 1년여 만에 교체됐다.
호텔롯데의 신임 대표는 정호석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부사장)이 맡게 됐다. 정 대표는 롯데 그룹사의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경영 리스크를 관리해 온 경영 전문가다. 그는 향후 호텔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하는 동시에 위탁 운영 전략 본격화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계획이다. 또 호텔뿐만 아니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호텔롯데 법인을 총괄 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아 사업부간 통합 시너지를 높일 방침이다. 면세점 사업 대표에는 김동하 롯데지주 HR혁신실 상무가 전무로 승진, 내정됐다. 롯데월드 대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전무)이 맡는다.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그룹의 혁신을 주도하는 특명을 받았다. 노 사장이 이끌 경영혁신실은 사업지원실과 통합돼 그룹사 비즈니스 구조조정과 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한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신 부사장은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뒤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보로 합류했다. 2023년 정기 인사에서 상무로, 2024년 정기 인사에서 전무로 각각 승진한 뒤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이 됐다. 신 부사장은 바이오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등 신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핵심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주도할 예정이다.
60대 이상의 임원들이 대거 물러나고 1970년대생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12명의 신임 CEO가 1970년대생으로 채워졌다. 윤원주 롯데중앙연구소 연구소장, 김승욱 롯데벤처스 대표 등은 1974년생이다. 60대 이상 임원의 50% 이상은 이번 인사로 퇴임했다.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능력과 성과 중심의 젊은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한 인사라고 롯데 측은 설명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을 비롯한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과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 CEO는 유임됐다. 이동우 부회장은 리스크 관리를 총괄하며 그룹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점검한다. 식품군과 유통군은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실행력을 높일 계획이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슈퍼·마트 대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도 유임됐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