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청

[헤럴드경제(전주)=황성철 기자] 전주시가 혼자사는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서 황당한 질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21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아파트에 사는 A씨에 따르면 최근 자택을 방문한 통장으로부터 ‘전주시 1인 가구 실태조사’라고 적힌 설문지에는 자신의 생활 환경을 묻는 말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1인 가구가 된 이유가 사별 혹은 이혼·별거인지, 주거 형태가 자가 또는 전세, 혹은 월세인지 등을 설문지는 물었다.

또, 평소 우울증을 느끼는 지, 정신과 약을 먹는 지 등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체크하는 항목도 있었다.

이밖에 냉방을 에어컨 또는 선풍기로 하는 지, 난방을 가스 혹은 기름이나 연탄, 전기장판으로 하는지까지 응답해야 했다.

A씨는 설문지를 건넨 통장에게 “이런 민감한 내용까지 다 적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통장은 “적기 힘드시면 어쩔 수 없죠”라고 응답했다.

A씨는 “집에 에어컨이나 보일러가 있는 것과 혼자 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 개인 정보를 모두 기재해야 하는 설문지였기에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전주시는 최근 급증하는 1인 가구의 지원 대책을 수립하고자 각 주민센터에 설문을 지시했다.

시는 관내 전체 1인 가구 9만여 명 중 저소득 취약계층 2만1000여 명을 설문 대상으로 정했다.

위험 요소를 사전에 인지해 예방대책을 세우겠다는 취지지만 설문지를 받아 든 일부 가구는 ‘지자체의 정보 수집이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민감한 질문이 많아서 현장에서는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대해 전주시는 “1인 가구 실태 파악을 위해 개인 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설문을 하고 있다”며 “샘플을 추출하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대상 가구가 설문에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