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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속 목줄에 매인 강아지가 걱정돼 길을 가던 소년이 자신이 아껴 마시던 음료를 강아지에게 내밀었다. 서인주기자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초여름 열기가 느껴지는 16일 오후 광주의 한 골목길.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소년이 걸음을 멈추고 10분째 머뭇거리며 고민에 가득 찬 모습이다.
소년의 시야에 뙤약볕 혼자 누워있는 강아지 한마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생후 6개월 정도의 백구는 목줄에 매인 채 시멘트 바닥에 엎드려 있다. 이 모습이 눈에 밟혔던지 소년은 가던 길을 멈추고 무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백구 역시 소년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는 듯 하다.
“이리와”. 소년은 백구에게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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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자신이 마시던 음료를 강아지에게 전해줬다. 백구는 꼬리를 흔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서인주 기자 |
손에는 시원한 음료 한병이 쥐어져 있다. 언뜻 봐도 그가 좋아하고 아껴 마시던 흔적이 역력하다. 소년은 음료를 백구에게 내밀었다. 그가 가진 절반을 내어 준 것이다.
백구도 꼬리를 흔들며 미소를 보냈다. 표정에는 고마움, 감사, 배려, 행복함이 그려져 있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인간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닌 듯 하다.
불현듯 지난 11일 서울의 한 뒷골목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사건이 떠오른다.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이 이유없이 피해자 B씨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도로경계석으로 얼굴을 때리면서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났다.
더 큰 충격은 B씨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지만, 50여 명의 행인들이 이를 보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지나쳤다는 점이다. 폭행 직후 얼굴에서 출혈이 심한 상태였지만, 행인들 가운데 B씨에게 다가가거나 상태를 살펴봐 준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각박해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해 씁쓸한 마음이다.
광주와 서울의 뒷골목에서 발생한 각각의 모습에서는 대한민국의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발견된다.
백구에게 내민 소년의 음료수 한병.
이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뭔지 모를 큰 울림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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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에 누워있는 백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