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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에도 교육용 보드게임이 있었다

  • 2017-03-14 10:58|황정섭 기자
[헤럴드분당판교=황정섭 기자]조선시대의 교육 현장을 잘 나타낸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서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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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의 서당.


훈장은 책상 옆에 회초리를 놓아두고, 학생은 눈물을 훔치고 있다. 훈장은 학생에게 전날 배운 내용을 외우라고 했으나, 이를 외우지 못한 학생은 회초리를 맞기 위해 훌쩍이며 왼쪽 발목의 대님을 푸는 중이다.

이처럼 조선시대의 교육은 암기와 엄한 훈장(선생)으로 대표된다. 몇몇 암기에 뛰어난 학생을 제외하고, 많은 학생에게는 이러한 교육방법이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다. 더욱이 교재는 온통 문자로 덮인 '천자문'류의 학습서였다.

그러나, 이들 학생도 집에서는 지금의 보드게임에 해당되는 교육용 '말판 놀이'로 즐겁게 놀며 공부했다. 말판을 통해 전국의 명승지를 유람하고, 단계별 관직을 경험하며, 여자로서의 행실을 배웠다. 대표적으로 남승도, 승경도[종경도], 규문수지여행지도, 성불도 등을 꼽을 수 있다.

◇남승도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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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해동남승도.


남승도(覽勝圖) 놀이는 명승지를 빼곡하게 적어 놓은 말판에 자신의 주사위 숫자만큼 말을 옮겨 도착지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해동남승도(海東覽勝圖)의 경우 흥인문(동대문)에서 출발해 전국을 모두 구경한 후 숭례문(남대문)으로 도착하는 형태다. 최대 6명까지 놀 수 있는 있으며, 말마다 미인, 승려, 어부, 무사, 도사, 시인 등 독자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규정도 재미있다. 예를 들어 미인이 시인이 있는 칸에 도달하면, 인사를 하고 술을 한잔 올리는 식이다. 남은 숫자 없이 마지막 칸인 숭례문에 도착하면 각 말마다 뒤로 몇 칸씩 가야하는 반전도 있다(이는 기자가 해당 칸에 표기된 글자로 추정한 것이므로 확실치는 않다).

강화 마니산, 함흥 낙민루 등 명승지마다 소재지를 같이 적어 지리 공부에도 도움이 되도록 했다. 주요 명승지를 소개한 택리지 등 당시의 인문지리서를 참조하며 공부하면 즐거움이 배가되었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원본이 전시되어 왔으나 지난해 일부 관을 리뉴얼하면서 현재는 관람할 수 없다. 세부적으로 다른 형태인 '청구남승도'가 국립민속박물관에 상설전시 중이다.

◇승경도 놀이
승경도(陞卿圖) 놀이는 말 그대로 관직에 올라가는 게임으로, 윤목의 숫자만큼 말을 옮겨 최고 자리인 영의정(문과)이나 도원수(무과)에 먼저 도달한 사람이 승리한다. 문과와 무과의 구분은 물론, 내직과 외직으로 말판을 나눠 외직으로 빠지면 내직으로 돌아오기 어렵게 만들어 현실성을 높였다. 파직, 삭직, 유배 칸도 배치했다.

승경도는 조선시대 전기에 좌의정을 지낸 하륜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9품에서 1품까지 관직을 모두 망라해 말판에 배치했다. 과거시험을 보는 유학들에게 향학열을 일으키는 놀이로 인기를 끌었으며, 양반계층이 아닌 일반 백성들도 놀았다는 기록이 있다.

승경도 놀이는 현대적 감각의 보드게임으로 제작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연기향토박물관에서도 한자판 및 한글판과 전통 윤목, 말을 세트로 묶어 설명서와 함께 판매 중이다.

◇규문수지여행지도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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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 중인 규문수지여행지도.


규문수지여행지도(閨門須知女行之圖) 놀이는 우리나라와 중국 여인들의 인물명과 행실을 말판 칸마다 표기하고 주사위로 말을 움직여 최고인 태임(太任)에 먼저 이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주사위 면을 1~6점으로 구분해 1점은 방종한 여자, 2점은 거짓된 여자, 3점은 재주있는 여자 등으로 표시되며, 점수가 지시한 대로 행마를 한다.(김일근, 규문수지여행지도 공개와 의의, 서울역사박물관 발행 '조선여인의 삶과 문화' 중. 2002년)

규문수지여행지도는 비운의 인현왕후가 친정에서 폐비의 슬픔을 달래면서 만든 윷놀이판 형식의 말판이다. 인물명 옆에 설명을 곁들여 교육적 효과도 보여주고 있다. 태임, 맹모(孟母) 등 본받을 만한 여자들뿐만 아니라, 난정을 악녀의 우두머리로 등장시켜 반면교사로 삼은 것도 흥미롭다.

규문수지여행지도는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며 전시장에서는 볼 수 없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신청을 하면 열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성불도 놀이는 불교수행의 최종목적인 성불에 먼저 다다른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불교교리에 의거해 말판 외곽을 윤회하는 육도와 28개의 하늘세계 등이 배치되어 불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조선시대 서산 대사가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운문승가대학에서 성불도를 한글화해 전용 주사위 및 말 10개와 함께 제작했다.

jshw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