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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인 작가, 한국 장신구 수준 한 차원 높여... “명품화에도 앞장”
[헤럴드시티=김연아 기자]▪ 드라마 <달의 연인>, 영화 <아가씨> 등 독특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화제가 되는 작품들을 탄생시킨 주인공
▪ 전통 장신구와 현대 주얼리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예술성과 대중성 동시에 갖춘 작품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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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들이 한류 드라마·영화 등을 통해 한국 장신구의 명품화에 앞장서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작품을 선보인 정재인 작가의 활약은 영화에서도 이어졌다.

<상의원>으로 시작해 <협녀: 칼의 기억>, <조선 명탐정: 놉의 딸>, <아가씨>, 등 주요 작품들만 나열해도 끝이 없다.

그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패션쇼, 카네기홀 오페라 등 패션쇼와 오페라 주얼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문근영, 박정민 주연의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에 착용된 주얼리를 디자인하며 뮤지컬로도 디자인의 범위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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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아티스트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드라마, 영화 장신구에서 두각을 드러낸 그녀는 대중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K팝 주얼리도 독보적으로 잘해냈다. 엑소 첸백시,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트와이스, 신화, 현아, GOT7, AOA, 틴탑, BAP 등 1등 아이돌 그룹들의 무대 역시 그녀의 장신구로 꾸며졌고, 큰 호응을 받았다.

최근에 무대마다 바뀌는 엑소 시우민의 귀걸이도 화제가 됐다. 정재인 작가는 일정이 촉박해서 ‘뭐가 어울릴지 모르니 일단 다 보내보자’라는 마음으로 주얼리의 수량을 최대한 많이 보냈다고 한다. 삼각형, 십자가, 바 형태 등 다양하게 디자인 했다는 그녀에게 십자가 귀걸이가 눈에 띄었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종교에 관한 것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모던한 느낌을 주려고 모티브를 십자가로 택했어요. 십자가를 다양한 형태로 변형했고, 색감은 거의 블랙과 화이트 빛의 실버 두 가지로만 사용했어요. 독특한 십자가의 형태를 이용해 강한 느낌을 준 디자인이나 길이가 긴 디자인도 다 잘 소화해내시는 시우민씨의 모습에 저도 영감을 받았어요. 여러 가지로 정말 감사했죠.”

그녀는 혼자만의 예술이 아닌 착용자 및 대중이 열광하는 디자인을 만들었고, 주얼리를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 작품마다 착용자와 작품이 돋보이도록 고심한 뒤 고유의 의미를 담는다는 그녀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작품 하나하나가 마치 말을 걸어온다는 착각마저 들고는 한다.

파인 주얼리부터 과감한 액세서리까지 두루두루 선보이는 그녀 덕분에 보석이라고 하면 어딘지 모르게 한정된 소수만의 전유물일 것 같다는 기존의 생각이 지워졌다. 또한, 여러 장르의 사극에서 새로운 멋이 가미된 고전 장신구를 선보이는 그녀 덕분에 전통 장신구는 고루하고 박물관에서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편견도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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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인 작가 (사진: 럭셔리)




수많은 최고의 아티스트와 한류 드라마, 천만 영화에서 러브콜을 받은 것은 그녀의 세련된 감각으로 탄생한 주얼리만이 아니다.

톱스타들도 찍기 어렵다는 삼성 갤럭시 휴대폰, 후 궁중 화장품, 헤라 화장품 등 탑 브랜드의 CF와 지면 모델로 활약한 그녀의 이력은 디자이너로서 그녀의 높은 위상과 대중적인 인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또한, 웬만한 스타 보다 많은 SNS 팔로워 수를 보유한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면, 국내외 팬들이 그녀의 포스팅을 그대로 퍼 나르며 한류 스타들과 그녀를 함께 태그한 뒤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

어떤 장르의 장신구이던 한류 콘텐츠를 영리하게 활용해 최고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그녀를 ‘선덕여왕’ 고현정 장신구로 유명세를 떨친 김민휘 작가의 딸이라는 수식어만으로 소개하는 일은 실례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그녀는 엄마의 이름과 역사를 담아 가장 한국적인, 한국만의 명품 주얼리 하우스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엄마 김민휘 작가가 걸어왔던 길이긴 하지만 정재인 작가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에는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K팝에서 장신구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장신구는 의상팀, 스타일리스트가 하는 일의 일부라는 인식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UHD 시대가 되고,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장신구와 소품 등의 역할이 커졌다. 장신구는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중요한 소품이 되기도, 연기자와 가수의 얼굴과 계속해서 함께 잡히며 캐릭터를 완성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의상을 전공한,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로 여겨지는 서울대학교 출신의 정재인 작가가 작은 부분으로 여겨졌던 장신구에 집중한 것은 어떻게 보면 길을 돌아가는 일이었을 수도 있었다. 남들에게 작게 여겨진 부분을 어떻게 그렇게 중요하게 만들 생각을 했냐는 우문에 그녀는 “뭐든지 사소하게 여기면 사소하게 여겨지고, 대충하다 보면 대충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나하나 그냥 넘기다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그리고 아무런 발전이 없을 것이다.”라는 현답을 했다.

서로 윈윈 하는 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녀는 “계약서에 모든 것을 세세하게 적고, 모든 일을 원리 원칙대로 하면 너무 삭막하다. 기본과 약속은 지키되 서로 생각해 줄 부분은 생각해주면서 일도 인간적으로 기분 좋게 하고 싶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도 없고, 완벽한 물건도 없다. 서로의 좋은 점을 보고 부족한 부분은 보듬어주면서 함께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더 큰 일들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며 작은 배려와 존중들이 모이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된다는 그녀의 소신을 밝혔다.

민휘아트주얼리의 정재인 작가는 다른 경쟁자들을 제친 1등 디자이너가 아니다. 그녀와 같이 영역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디자이너는 아무도 없기에 그녀는 그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디자이너로 손꼽히고 있다.

주얼리 작가로 먼저 명성을 떨친 그녀는 소품 디자인, 미술 작품 등을 선보이며 미술 작가, 소품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다양한 타이틀로 불리고 있다.

그녀는 “잘해내고 싶다는 열정이 있으니까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라며 “장신구에 연관되는 사물들을 확장하다 보니 미술이나 소품, 의상 등 다양한 분야로 작품 세계가 펼쳐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에게 있어서 주얼리라는 존재는 평생을 다 바쳐도 내가 50%나 잘 알 수 있을까 라는 느낌이다. 그만큼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장신구라는 개념 안에 포함되는 범위가 정말 넓기도 하다. 다른 일을 하더라도 주얼리와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되고, 주얼리 작업하는 일에 영감을 준다. 내가 평소에 주얼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예전 인터뷰에서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영화 ‘상의원’ 세 작품으로 시작을 잘 한 덕분에 지금까지 일을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는 “일을 시작했던 작품이고, 함께 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배려를 받았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녀가 ‘감격시대’를 통해 선보인 기모노 장신구는 새롭고 세련된 형태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정재인 작가 표 기모노 장신구는 영화 ‘아가씨’, ‘암살’, ‘조선 명탐정: 놉의 딸’ 등 다양한 영화를 통해서도 조명됐다. 곧 개봉할 영화 속 배우 김윤진이 사용한 기모노 장신구도 그녀의 작품이다.

기모노 장신구에 대해서는 “‘감격시대’ 기모노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잘 해낼 수 있었다.”며 솔직히, 처음에는 다른 나라의 전통 장신구를 디자인한다는 것이 엄두가 잘 안 났다고 털어놨다. “내가 잘못 만들면 내 장신구를 착용한 배우 분이나 드라마가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 마음이 무거웠다. 근데 선생님께서 잘했다며 칭찬해주시고 앞으로 기모노 장신구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해보라는 말씀도 해주셨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공부하라는 말이 그저 격려는 아닐까 생각했지만 기모노 선생님은 드라마 이후에도 그녀를 진심으로 챙겨줬다고 했다. 그녀는 기모노 장신구에 관련된 원서들과 인모로 만든 고가의 기모노 머리를 보여주며 선생님께 받은 선물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모노 선생님이 기모노 화보 촬영도 같이 하도록 추천해주시는 등 드라마가 끝나고도 많이 신경써주셔서 이후에도 기모노 장신구에 대해 꾸준히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선생님께 감사함을 표했다.

그녀는 인복이 많아서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좋은 기회들이 주어졌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그 갭을 메우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앞으로 좀 더 실력을 쌓아서 지금과 같은 호평들에 민망해하지 않고 마음껏 기뻐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한 번 새롭고 아름다운 사극의 역사를 쓰게 될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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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요즘에 그녀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작품은 주원과 오연서 주연의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다. <엽기적인 그녀>의 오진석 감독과는 <모던파머>, <용팔이>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작품에 함께하고 있다. 그녀는 작품 마다 매번 큰 배려를 받고 있다며 감독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오진석 감독님은 함께 하는 사람들을 정말 잘 챙겨주시는 좋은 분이세요. 감독님과 함께 하는 사람 모두가 그렇게 말해요. 덕분에 저도 그렇고, 함께 하는 사람들 모두가 더 힘을 내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요. 이번에도 정말 좋은 작품이 탄생하게 될 것 같아요. 좋은 작품에 함께하게 돼서 행복하고 감사해요.”

얼마 전에는 극 중에서 장신구를 선물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장면이 원래 대본에는 선물함을 한 번 열었다가 닫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배우가 선물함의 장신구를 꺼낸 뒤에 반지와 머리꽂이를 번갈아 들어 보이는 클로즈업 장면으로 바뀌어서 촬영됐다.

“제가 현장에 가서 직접 본 것은 아니고요. 현장에 계신 분들께서 실시간으로 중계해주셔서 알게 됐던 일이에요.(웃음) 그렇게 좋은 일들이 생기면 저보다 더 기뻐하며 좋은 말씀들을 챙겨서 전해주시는 분들께도 정말 감사해요. 제가 현장에 자주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전해주시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들이잖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현장의 많은 분들께서 저를 볼 때마다 장신구 너무 예쁘다고 칭찬해주시는데 정말 감사해요.”

“제작할 시간이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았지만, 시간 내에 열심히 했어요. 지나가는 장면인 것을 알았지만, 하나라도 소홀하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근데 감독님께서 그렇게까지 신경써주실 줄은 몰랐어요. 작품을 하면서 매번 너무 큰 감동을 받고 있어요. 그렇게 신경 써 주시는 마음들에 ‘정말 감사하다’, ‘혹시 부족한 것은 없었나?’, ‘역시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겠구나’ 생각하고는 해요.”

그녀는 정말 큰 감동을 받은 듯 말끝을 자꾸 흐렸는데, 커다랗고 맑은 두 눈에서는 곧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녀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으면서 생각했다. 원래는 화면에 아주 잠깐 비춰지게 될, 한 번 열었다가 닫는 장면 속의 소품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녀가 일을 시작할 때부터 도움을 줬던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마움을 담아 지나치는 장면의 소품 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서 만들었다.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란 것도 아니다. 그저 순수하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스스로 찾아서 한 일이었다.

감독은 정성껏 만든 소품을 보자마자 그 안에 담긴 그녀의 마음을 단번에 읽어냈을 것이다. 그래서 한 번 더 클로즈업을 잡는 방향으로 바꿨던 것은 아닐까. 오진석 감독을 직접 만나본 것은 아니었지만, 훌륭한 수장임이 단번에 느껴졌다. 감독은 전체를 아우르면서도 대본 속에 있는 활자 하나하나에 생기를 불어넣고 재창조해내는 사람이다. 지나가는 장면에도 섬세하게 공을 들여야 대중들에게 널리 회자되는 명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소소한 장치들로 인해 화면은 더욱 볼거리가 풍성해지고 그 드라마만의 아기자기한 재미가 생긴다. 때로는 하나의 장면이 그 드라마 전체 이미지를 대변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늘 그런 일들을 해왔다. 그렇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장면들을 무심하게 보지 않고, 매번 최선을 다 해서 모두의 호평 받도록 해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게 된 것이다.

“서로 생각해 줄 부분은 생각해주고 서로 보듬어주면서 함께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더 큰 일들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는 그녀의 말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그녀의 말처럼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선한 마음은 어디서든 빛나듯 선한 마음이 담긴 주얼리는 언제라도 빛날 것이다. 앞으로도 좋은 마음과 좋은 콘텐츠로 좋은 작품을 선보이게 될 그녀의 앞날을 응원한다.



city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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