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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태 칼럼] 반기문은 페이스-메이커. 대망론은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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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시티=김효태 칼럼니스트]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대권을 향해 달리고 있는 주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많은 대권주자들이 슬슬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으며 나름대로 대권을 위한 조직정비와 구상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상징적인 행보를 보여주기도 한다. 언론 역시 20대 총선 이후 내년 대선까지는 전국적인 선거가 특별하게 없는 상황이기에 대권 경쟁을 이슈로 삼으며 잠재적 대권 주자들에 대한 소식을 앞 다퉈 알려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일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타격을 입은 새누리당 소속 대권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이다 보니 그로 인한 혜택도 다소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땅히 갈 곳 없는 여당 성향 지지층이 여권의 대선주자들에게서 빠져나와 반 총장에게로 이동해 갔을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현재 차기 대권주자 중에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대선을 딱 1년 앞둔 올해 12월에 끝나며, 반 총장 역시 대선에 대한 확실한 선을 긋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국내의 정치 일정과 분위기를 모르거나 무념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반 총장은 누구 못지않게 정치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기회라는 것이 언제나 자신과 함께해 주지만은 않는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최근 발간된 최광웅 선배의 저서(‘노무현이 선택한 사람들’ 최광웅 저. 내일을여는책)에 기록된 반기문 총장의 사례를 보면 충분히 감안 되고도 남는다. 최광웅 선배는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이 되기까지 ‘운7기3’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는데 필자가 보기엔 ‘운9복1’로 보일 정도로 연속된 행운이 따랐다. 참여정부의 배려에 많은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럼에도 반 총장은 자신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이 돼준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은 매우 인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 필자가 ‘반기문 대망론은 거품’이라고 한 이유 몇 가지를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2000년 이후 대통령 집권 3~4년차 때 차기 대권 지지율 1위가 대통령이 되거나 공식 후보가 된 사례가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고건, 안철수, 이회창 등 그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도 17대 대선을 앞두고 한 때나마 1위였지만 후보도 돼보지 못하고 경선에서 패배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통령 집권 2~4년 차 시기에 차기 대권 지지율은 큰 의미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대선 경쟁의 시기가 되면 대선 주자의 검증이 시작되고 서로의 네거티브와 정치 공방이 오가면서 유력해 보였던 대선 주자들 상당수가 포기하게 된다. 한 때 지지율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컸던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비 정치권 인물을 선호했었기 때문도 있다. 또한 이 시기의 여론조사 결과는 인물에 대한 검증이나 국가 운영 등에 대한 심각한 고찰 없이 그야말로 단순하게 인기투표의 성격이 짙은 편이다.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고정 지지층을 확보했거나 지역을 기반으로 했었던 지지율 1위의 대권주자가 없었다. 그러면서 변수가 많은 정치게임에서 실기를 하거나 준비 없는 행보 등으로 지지율을 까먹다가 대부분 포기하고 말았다. 대선 경쟁은 인기투표나 다름없는 여론조사 지지율로는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 총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반 총장의 젊은 시절 미국 유학 중에 있었던 김대중 보고서만 하더라도 상당한 정치적 논란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대선 경쟁에 들게 되면 꽤나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만약에 유엔사무총장이 되는 과정에서 당시 반 총장의 행보나 기타 검증 작업 등과 관련된 (알려지지 않은)내용이 혹시나 존재한다면, 그래서 당시 사무총장 당선에 큰 역할이 돼주었던 참여정부 인사들이 이를 가지고 반 총장에게 불리한 발언을 한다면 만만치 않은 반향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정치적 논란의 과정에서 반 총장이나 반 총장 측의 실수가 유발되고 확산될 경우 지리멸렬할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유엔 사무총장을 하면서 한반도 평화 등을 위해서 기여한 점도 딱히 많지 않다는 것도 결점이 될 수 있으며, 유엔에 일부 국가들과 외신들이 반 총장에 대한 평가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있다. 지금이야 국내 언론이 한국 출신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를 크게 다루지 않고 있지만 대선주자로 나서게 되면 이런 점들의 검증작업으로 인해서 반 총장에 대한 국민들의 환상이 조금씩 걷혀질 가능성 또한 높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에 대권 주자들이 잠시 휴지기에 들어간 것도 반 총장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새누리당 소속 대권주자들 입장에서는 총선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할 동안 다른 야권주자들보다 앞서면서 페이스-메이커 역할만 해주면 된다. 여권 성향의 지지층이 야권주자들을 지지하면서 고착화될 가능성을 차단해주는 것이다. 자칫 야권에 주자들의 지지율이 많이 오르게 되면 대세론이 형성될 수도 있는데 이를 방지해 주는 역할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를 때이고 대선은 아직 1년 반이나 남았으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도 1년 후 부터면 충분하다. 그 때까지 야권 주자들을 견제해주고 여권 주자들이 다시 ‘점프-업(Jump-Up)’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기에 여권이든 야권이든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서 반기지도 비토하지도 않는 것이다. 반 총장이 대선에 나선다면 어디에서든 다른 주자들과 경쟁을 해야 하고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투표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수(指數)는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지난 총선을 포함해 수차례 전국선거에서 이를 확인했다. 아닌 말로 최신 유행가요도 5주 이상 1위를 차지하기 힘들다. 그러나 조용필을 가왕(歌王)이라고 하는 것에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듯이 여론조사라는 인기투표와 국가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런 점에서 지금에 반 총장의 인기는 모래성만큼이나 불안한 숫자에 불과하다.

“선거 기획과 실행” 저자. 선거•정치 컨설턴트 김효태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ity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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