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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리콘밸리 창업 선배가 들려주는 기술창업]①기술이 능사? 영업부터 신경쓰라
[헤럴드 분당판교=오은지 기자]〈헤럴드분당판교〉는 첨단 기술 관련 업종 예비 창업자를 위해 실리콘밸리 창업 선배가 들려주는 기술창업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리디스테크놀로지 창업기를 소개한다.-편집자


"요즘도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기술이 사업을 시작하게 하지만 회사성공의 열쇠는 시장에 있다."

안성태 리디스테크놀로지 창업자(현 KAIST 글로벌협력센터장)는 "흔히 기술창업은 특허를 갖고 있거나 뛰어난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 사업을 할 때는 무엇보다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읽는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거래선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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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스는 지난 2000년 설립돼 휴대폰용 STN(Super Twisted nematic)-LCD와 수동형(P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구동칩(드라이버IC) 노키아와 삼성전자 등에 판매했다.

기술력을 비롯해 영업망을 초반부터 탄탄하게 구축하고 시작한 덕분이다. 국내 대기업에서 연구개발(R&D)과 마케팅 등을 담당했던 안 센터장은 처음 드라이버IC 담당 부서 책임으로 발령난 뒤 제품이 거의 팔리지 않는 것을 보고 영업망을 뚫기 시작했다. 모토로라·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는 계열사 담당자들을 따라다니면서 인맥을 만들었다. 디스플레이 모듈을 만드는 필립스와도 그 때 인연을 쌓았다.

그는 "각 기업들 구매·개발쪽을 뚫으면서 보니 어떻게 물건을 팔아야 하는지 감이 잡혔다"고 말했다. 이 때 창업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지만 모든 게 지원되는 대기업과 창업초기회사(스타트업)는 달랐다.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실리콘밸리에 회사를 설립한 뒤 엔젤투자를 받았다. 당시 리서치인모션(RIM)에 기술을 소개하고 개발비 50만달러를 받아 본격 제품 개발에 돌입할 수 있었다.

첫 제품을 개발하던 무렵 전 직장에서 만났던 필립스디스플레이로부터 노키아 컬러 휴대폰용 LCD 드라이버IC 공급을 제안 받았다. 흑백화면 휴대폰만 있던 시절 컬러 제품 개발을 회사의 설립 비전으로 삼았던 터라 필립스에서 요구하는 제안서에 맞춰 제품을 개발해 경쟁사보다 3달이나 빨리 샘플을 공급할 수 있었다. 그는 "이후 주문이 월 수백만개로 늘어나면서 외주 제조생산공정을 확보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는 완제품 제조사인 노키아가 사양(스펙)을 결정해 필립스에 주면 필립스가 칩 제조사에 관련 내용을 통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리디스는 노키아를 직접 만나는 길을 찾았다. 노키아 IC 개발팀과 만날 일이 있으면 무조건 따로 보자는 제안을 했다. 노키아 IC 담당자에게 받은 디스플레이 개발 관련 정보 덕분에 미리 개발을 해 놓을 수 있었다. 안 센터장은 "노키아 상품 기획 관련 얘기를 듣고 유망해보이는 건 그날부터 개발에 돌입하면 한두달 안에 필립스에서 견적의뢰서(RFQ)가 왔다"며 "경쟁사 필립스반도체는 6개월 걸렸다면 리디스는 한달만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번에 노키아용 디스플레이 제1협력사가 됐다. 한국 인맥을 활용해 삼성SDI도 접촉했다. 일명 '이건희폰'으로 불리는 양면 디스플레이 휴대폰이 출시될 때 외부 수동형(P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드라이버IC 전량을 공급할 수 있었다.

사업 2년만에 매출액이 1400만달러(약 157억9900만원), 이듬해 2분기 4000만달러(약 451억4000만원)까지 치솟았다.
on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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