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곳간 헐기보다는 자산매각으로 선회
“차세대 제품 및 기술 리더십 확보” 포부
[헤럴드경제=김성미·노아름·심아란 기자] 삼성SDI가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하면서 확장보다 내실을 다져온 삼성SDI의 투자전략 변화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SDI는 현금곳간을 헐어 투자금을 마련하기보다는 자산매각으로 투자실탄을 확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구간을 돌파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삼성SDI의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에 매각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는 NY(Nuoyan)캐피탈과 HMO의 합자사로, 매각 금액은 1조1000억원이다.
매각 측은 해외 원매자를 중심으로 매도자 마케팅을 이어왔으며, 다양한 원매자들과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편광필름 제조 및 판매 계열사를 보유한 NY캐피탈이 적임자라고 판단, 이같은 결실을 맺은 모습이다.
현재 삼성SDI는 에너지솔루션 사업부문과 전자재료 사업부문이 양분하고 있는데, 전자재료 사업부문에서 편광필름 사업을 떼어내면 반도체 및 LCD 소재 생산만 남게 된다. 삼성SDI는 비주력사업 매각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전자재료사업 분야에서 반도체·OLED·배터리 등 차세대 소재 개발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배터리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래 10년 이끌 분야에 뭉칫돈 투자=구체적으로는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해 확보한 현금으로 미래먹거리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설마련 및 운전자금 확보에 수조원의 자금소요가 예상됨에 따라 사업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삼성SDI의 현금곳간 사정과도 무관치 않다. 삼성SDI의 올 1분기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조3547억원 상당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는 올 초 열린 신년행사에서 “ASB(전고체 배터리) 사업화추진팀을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의 사업화를 본격 추진해 차세대 제품 및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SDI 미국 합작법인 현황 [제공=삼성SDI] |
▶글로벌 시장이 무대…세계로 향하는 삼성=실제로 삼성SDI는 한국, 헝가리, 말레이시아, 미국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산능력(캐파) 확장을 진행 중이다.
삼성SDI는 올 1월 울산시와 배터리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SDI의 울산 하이테크밸리 3공구 개발 및 양극재공장 설립 등에 1조원 상당의 투자금이 집행된다. 이외에도 삼성SDI는 GM과의 합작투자 공장과 스타플러스에너지 1·2공장 등 미국에서 연간 약 100GWh(기가와트)의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종속회사 스타플러스에너지에 시설투자 자금 1조4696억원을 지난달부터 대여한 상태다.
말레이시아 원형 배터리 라인 증설에는 1조7000억원을 내년 완공시기까지 투자한다. 삼성SDI는 1991년 말레이시아에 회사 최초의 해외법인을 설립할 정도로 이곳을 생산 전초기지로 삼아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삼성SDI 말레이시아 공장을 택해 삼성SDI의 미래 사업구상에 힘을 실었다.
▶방향키 쥔 삼성…조용한 행보는 ‘옛말’=삼성SDI는 LG 및 SK 등 배터리제조 경쟁사와는 달리 비교적 조용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삼성SDI가 이런 오랜 정중동 행보를 깨고 달라진 전략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는 LG에너지솔루션 등과는 달리 보수적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10조원을 웃도는 설비투자금을 집행한 반면 삼성SDI는 절반에 못미치는 금액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삼성SDI는 북미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 가동을 앞당긴데 이어 미국 제네럴모터스(GM)과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우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적극적 투자예고와 더불어 실질적 성과도 내는 모습이다. 삼성SDI는 전고체 전지 시생산 라인 설정을 완료한 뒤 개발 시제품을 생산했으며, 46파이 원형 전지 라인도 시험생산을 시작해 내년 양산을 예고했다. 시장의 잠룡이 깨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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