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71일만 북서 추방돼 미 당국에 인계
미 당국자 “조건 없이 풀어줘 북한에 감사”
“긴장 관계 속 소통 중요…결실볼 수 있어”
![]() |
지난 7월 무단 월북했다가 두달여만에 북한에서 추방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집으로 돌아가게 돼 너무 행복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AFP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킹 이병의 월북 이후 판문점 견학은 중단된 상태다. 경기 파주시 임진각 판문점 견학지원센터 견학버스들이 운행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난 7월 무단 월북했다가 두달여만에 북한에서 추방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집으로 돌아가게 돼 너무 행복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AFP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킹 이병은 가족을 만나기를 매우 고대하고 있다”며 이렇게 전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킹 이병 추방이 결정됐다고 보도했으며, 이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미 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킹 이병이 의학적,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끌고, 좋은 장소에서 가족과 재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킹 이병이 향후 군법회의를 통해 징계 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킹 이병 어머니인 클로딘 게이츠는 아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한 인사들에게 사의를 표했다고 위스콘신 지역 방송 WISN이 보도했다.
게이츠는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애써준 미 육군과 모든 관계부처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킹 이병의 가족은 사생활 보호를 원한다”며 “게이츠는 향후 어떤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무단월북했다 겨우 풀려난 트래비스 킹 이병, 돌아오면 군법회의 통해 징계절차=위스콘신주 러신에 위치한 킹 이병의 거주지 현관문에는 “우리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쓴 메모가 붙어 있는 상태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킹 이병은 지난 7월 18일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가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으로 갔다.
킹은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에서 경찰 순찰차 문을 걷어차 망가뜨린 혐의로 올해 2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9월 한국인을 폭행한 혐의로도 기소됐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벌금을 내지 않아 올해 5월부터 48일간 국내에서 노역하고 7월 풀려났으며, 이후 군의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로 송환될 예정이었으나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사라졌고 다음날 JSA 견학 도중 월북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월북 71일 만인 28일 “해당 기관에서는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한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을 공화국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하였다”고 알렸다.
통신은 “해당 기관에서 조사한 데 의하면 트래비스 킹은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대한 환멸로부터 공화국 영내에 불법 침입하였다고 자백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오늘 아침 좋은 소식이 있다”며 “트래비스 킹 이병이 미국의 보호 하에 있다는 것을 즉각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 정부 팀이 킹 이병 석방을 위해 북한으로 들어갔으며, 킹 이병은 북중 국경을 통해 석방돼 현재 미군 기지에 안전하게 도착한 상태라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킹 이병 석방을 위해 유엔과 유엔군사령부,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국가들을 통해 북한을 접촉했으며, 특히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스웨덴이 미국의 이익대표국을 맡아 주요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미 고위당국자는 밝혔다.
▶미 고위당국자 “중국이 매우 건설적인 역할…북한 내건 조건 없어, 매우 감사해”=이익대표국은 정식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의 거류민을 보호할 임무를 위탁받은 제3국을 뜻한다.
중국은 킹 이병이 북중 국경을 넘어 입국하는 데 협조했으며 중재 역할에 직접 나서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당국자는 “중국이 매우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고위당국자는 미국이 킹 이병 석방을 위해 북한에 양보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당초 일각에서 전망한 것과 달리 북한이 킹 이병을 협상카드로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대답할 질문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이 트래비스 킹을 석방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이달 초 스웨덴을 통해 인지했으며 이후 노력을 매우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킹 이병 석방을 계기로 미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미국 정부는 북한과 외교 가능성에 여전히 아주 열려있다”며 “우리가 오늘 이 좋은 소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생각에 이 사건은 관계가 긴장된 상태에서도 소통 채널을 열어두는 게 매우 중요하며, 이를 통해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고위당국자도 북한이 킹 이병을 석방해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