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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끌고 업체 밀고…EV 시장, 대전환 맞을까 [숨고르는 전기차]
정부, 전기차 보조금 100만원 늘려
현대차·기아, KG 모빌리티 발맞춰 할인
1~8월 전기승용차 판매, 전년比 5.7%↓
일부 국산 브랜드 혜택 쏠림 지적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전기차 충전소에 전기차량이 충전하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전기차 제조사를 넘어 정부까지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업계 전반으로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2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5일 기본 가격 5700만원 미만인 전기차를 대상으로 자동차 회사의 추가 차량 할인 금액에 비례해 국비 보조금을 최대 100만원 추가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양책을 발표했다.

예를 들어 현재 국비보조금을 100% 받는 5600만원짜리 전기차의 경우 제조사가 차량 가격을 500만원 내리면, 국비보조금이 기존 680만원에서 780만원으로 오른다. 할인액과 보조금을 반영한 실구매가는 4140만원까지 내려간다.

이번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 확대 방안은 ‘2023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에 반영, 올해 12월 31일까지 적용된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보조금 확대에 나선 것은 올해 들어 급격히 움츠러든 전기차 보급률 때문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전기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6만4560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 줄어든 수치다. 지자체별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지역에서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남아도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업체별 전기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시장 침체 징후가 더욱 뚜렷하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모두 3476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30%, 전월 대비로는 40.6% 줄어든 수치다.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 5’의 경우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46.9% 줄어든 1061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기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순수 전기차 ‘EV6’의 지난달 판매량은 948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3%, 전월 대비 32.2% 뒷걸음질 쳤다.

기아 ‘EV6’(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현대차 ‘아이오닉 6’,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5’. [현대차·기아 제공]

전기차 판매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정부가 보조금 확대 방안을 밝히자,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정부의 보조금 확대안 발표 직후 입장자료를 내고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산업경쟁력 확대를 위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정부의 어려운 세수 여건 속에서도 과감한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즉각 대대적인 할인에 나서며 발맞추기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연말까지 ▷‘아이오닉 5’ 400만원 ▷‘아이오닉 6’ 400만원 ▷‘코나EV’ 20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아이오닉 5’를 구매할 경우 400만원의 구매 혜택(제조사 할인 320만원 및 전기차 충전 크레딧 80만원)에 더해 정부 추가 보조금 80만원을 추가로 공제받아 총 480만원의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차량 가격이 5410만원인 ‘아이오닉 5’ 익스클루시브 트림의 경우 국비 760만원과 서울시 지장보조금 180만원, 400만원 추가 할인을 더하면 407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기아 역시 연말까지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EV6’의 경우 제조사 할인 320만원과 추가 정부 보조금 64만원을 더해 총 384만원의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니로 EV’와 ‘니로 플러스’는 제조사 할인 120만원에 추가 정부 보조금 24만원을 더해 모두 144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월별 재고 할인까지 더하면, ▷‘EV6’ 최대 484만원 ▷‘니로 EV’ 344만원 ▷‘니로 플러스’ 444만원까지 할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폭스바겐 ‘ID.4’(왼쪽), KG 모빌리티 ‘토레스 EVX’. [폭스바겐코리아, KG 모빌리티 제공]

다만 정부의 이번 보조금 확대 정책을 두고 일각에서는 “효과가 미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보조금 확대 대상이 5700만원으로 한정된 데다 추가 할인 여력이 있는 일부 업체에만 혜택이 편중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가격이 5700만원이 넘는 수입 전기차는 이번 보조금 정책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또 최근 KG 모빌리티가 브랜드 최초로 출시한 ‘토레스 EVX’(4750만~4960만원), 폭스바겐의 엔트리급 모델 ‘ID.4’의 프로 라이트 트림(5690만원)은 차량 가격이 5700만원 미만이지만 정책 발표 이후 제조사 추가 할인 없이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KG 모빌리티는 앞서 지난 20일 토레스 EVX 출시 당시 기존 발표했던 가격보다 최대 200만원가량 추가 할인하는 파격 마케팅에 나섰지만, 할인 발표 시점이 환경부 발표보다 5일가량 앞서면서 약 35만원의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 가격과 직결되는 보조금을 확대해 주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사실상 100만원 추가 할인 혜택 대상은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코나 일렉트릭’, 기아 ‘EV6’ 등 일부 모델뿐”이라며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고려한 지원 방안과 더불어 충전 인프라 확충 및 안전 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춘 지원책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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