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외교관’ 된 기업인들 발벗고 나서
삼성·SK·현대차·LG등 유치 전력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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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함께 부산엑스포 유치 선전문구가 들어간 목발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연합] |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SK·LG·현대차 등 4대 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과 경제인이 한마음으로 부산 개최를 성사시키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엑스포 유치를 통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외교관’ 자처한 총수들, 발벗고 뛴다=2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해외 사업장 방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해외 출장을 통해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는 동시에,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도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유치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를 직접 만났고, 같은해 9월에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유치를 호소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엑스포 유치에 그야말로 ‘온몸을 던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지난해 5월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같은해 7월 국무총리 산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최 회장은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엑스포 유치를 위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도 참석했다. 당시 최 회장은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는 상황에서도 행사에 참석하는 ‘목발 투혼’으로 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최 회장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올해만 20여 개국을 방문했다. 또 100여 개국 대통령, 총리, 대사 등을 만났다. 11월 28일 유치 발표 때까지 해외 국가 고위 관계자를 계속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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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체코 프라하 총리실에서 페트르 피알라 총리와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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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왼쪽) LG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6월 프랑스 파리 이시레물리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조태용 주미한국대사와 함께 각국 대사에게 한국과 부산의 비전을 강조하며, 행사 유치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의 주요 경영진과 함께 11월 말까지 주요 전략국가를 대상으로 유치 교섭 활동을 적극 이어갈 계획이다.
부산엑스포 민간위원회 유치위원인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지난해 3월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아르헨티나 정부의 지지를 당부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5월 대한항공이 인천발 파리행 KE901편으로 운항을 시작한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래핑항공기 운항식에 참석했다. 대한항공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토대로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 역할을 수행 중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6월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에 동행, BIE 총회에 부산 엑스포 유치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참석해 엑스포 유치를 홍보했다.
GS그룹은 지난해 7월 허태수 회장의 지시로 ‘부산 엑스포 유치지원을 위한 GS그룹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이후 계열사별로 조직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한경협의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에 적극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32개국 34개의 민간 경제협력 파트너 단체를 바탕으로, 선진국정부가 부산 개최에 뜻을 모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외빈과 만남 자리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필요성을 적극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알렉산더 살렌베르그 오스트리아 외교장관을 만났고, 같은해 11월에는 아이보시 고이치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만났다. 이달 25일 판 반 마이 베트남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을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곳곳에 부산 알린다...막바지 유치에 기업들은 전력투구=기업의 각종 유치 활동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9월 초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에 적극 나선 바 있다. 삼성전자는 6월 BIE 172차 총회, 지난해 11월 171차 총회 기간에 프랑스 파리에서 주요 도심의 대형 옥외·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 등을 진행하며 유치 분위기 조성에도 힘썼다. 4월 실사단의 방한 기간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갤럭시 스튜디오를 운영했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부회장급 최고 경영진으로 구성된 ‘WE TF(월드 엑스포 태스크포스 팀)’을 신설했다. SK㈜는 유치 관련 다양한 영상을 제작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SK 서린빌딩에 엑스포 유치 기원 대형 현수막 설치 ▷CES 2023 행사장 내 대형 현수막 게시 ▷세계 11개국 14개 사업장 구성원의 응원 캠페인 등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SK E&S는 부산에 수소버스 1000대를 도입하는 민관 협력 ‘친환경 수소첨단도시 부산’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미국 뉴욕서 시작되는 제78차 UN 총회 고위급 주간에 K-컬처 아티스트와 협업한 아트카 20대를 활용해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 벌였다. 이 자리에서 현대자동차 그룹은 부산엑스포의 차별화 포인트인 ‘친환경 기술 적용을 통한 탄소중립 엑스포’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등 전기차 3종을 아트카 차량으로 선정했다. 이달 5~7일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9~10일 G20 정상회의가 개최된 인도 뉴델리 등에서도 아트카를 활용한 홍보전 펼쳤다.
LG는 10월부터 11월 말까지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집중적으로 지원 활동을 펼친다. 10월 초부터 파리 도심에 있는 전자제품 및 도서 유통사 ‘프낙’ 매장 4곳의 대형 전광판에 유치를 지원하는 광고를 선보인다. 10월 말부터 파리 시내버스 약 2000대에 부산엑스포를 알리는 광고를 운영한다. 11월 초부터는 파리 도심에 약 300개의 광고판을 집중 배치해 부산엑스포를 적극 알린다. 지난해 6월부터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와 영국 런던 피커딜리 광장의 대형 전광판에도 홍보 영상을 상영해왔다.
포스코 그룹도 남미와 동남아를 중심으로 활발한 유치 지원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3월부터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공원, 은행, 공항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 부산엑스포 홍보배너를 설치하고 현지 국민은 물론 해외 방문객에게도 유치 의지를 널리 알리고 있다.
GS칼텍스는 중구 태평로에 있는 옥외전광판 등에 부산엑스포 유치 응원 영상을 내보냈다.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와 홈쇼핑 방송, 모바일쇼핑 페이지를 통해 부산엑스포 유치 열기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초 입주 사옥인 그랑서울 빌딩에 남측, 동측 외벽 2개면을 활용해 부산엑스포 유치 응원 홍보물을 보였다.
대한항공은 보잉 777-300ER 항공기에 전 세계적 인지도를 갖춘 대한민국의 대표 아티스트 ‘블랙핑크’ 멤버의 모습과 ‘유치기원’ 문구를 입혀 엑스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HD현대는 올해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 전시회 ‘CES 2023’ 등 대형 박람회에 참가할 때마다 엑스포 유치 활동을 전개했다. 그룹 계열사인 HD현대오일뱅크는 직영 주유소에서 유치 기원 현수막을 게재하고 브로슈어 1만부를 배포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국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등과 함께 BIE 회원국인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를 방문해 엑스포 유치 활동을 했다.
부산에 공장을 둔 르노코리아자동차는 6월 국제박람회기구 유치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된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부산시의 유치 홍보를 지원했다.
해운업계도 부산엑스포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해운협회는 최근 부산신항에 정박한 HMM ‘현대 호프호’와 SM상선의 ‘에스엠 광양호’에 유치를 기원하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했다. 김지헌·김성우·한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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