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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은행권에서 순이익 증진을 통해 해외와 비슷한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되레 주요 선진국보다 국내 은행의 수익성 수준이 더 높은 상황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강원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은행의 수익성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현재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보다 국내 은행의 ROA가 높은 수준이어서 수익성이 낮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은행은 사회적 책임과 ESG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이자장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비판에 시달리던 은행권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는 해명을 내놨다. 실제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은행산업의 역할과 수익성’ 간담회를 열고 수익성 확보 없이는, 향후 경기침체 등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없으며 해외 은행들과 비교했을 때 수익성 지표가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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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은행산업의 역할과 수익성’ 간담회 자료 발췌. |
당시 간담회를 진행한 박창옥 은행연합회 상무이사는 “(수익성과) 관련해 국내은행은 현재 고질적인 저평가주로 인식되고 있다”며 “자본시장을 통한 우호적 조건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수익성 제고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업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5.2%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0.4%의 총자산이익률(ROA)을 기록했다. 이는 ROE와 ROA 각각 10.2%, 1.5%를 기록한 미국 등 주요국 은행들에 비해 절반 이하에 불과한 수치다. 아울러 은행연합회는 국내은행의 ROE가 2000년대 중반 미국 은행보다 높았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연구원은 “2005~2007년은 기준금리(3.25~5%)가 2020~2022년의 기준금리(0.5~3.25%)보다 높은 수준이었다”며 “자산 및 대출의 크기에 비해 당기순이익이 높았고, 이로 인해 ROA가 높은 예외적인 시기였다”고 분석했다. ROA가 높았던 예외적인 시기와 현재의 ROA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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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연구소 ‘국내 은행의 수익성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 발췌. |
해외 주요국의 은행 ROA가 한국보다 높지 않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세계은행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은행의 ROA는 0.5%로 프랑스(0.27%), 일본(0.15%), 독일(0.05%) 등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었다. ROE의 경우 7.2%로 영국(7.0%), 프랑스(6.7%), 일본(3.6%) 등에 비해 높았다. 영미권 국가의 수익성 수준이 높고, 유럽과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낮은 셈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일본 및 유럽의 은행과 국내은행의 수익성 비교가 되레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본과 유로존 국가들은 극심한 경제침체와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중앙은행이 상업은행 예치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는 완화정책 NIRP(마이너스금리정책)를 시행한 바 있다. 이러한 NIRP가 은행의 수익성, 금융안정성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과의 직접적인 수익성 비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은행산업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겪은 후 적정 수익률을 찾아갔으나 국내 은행업의 경우 제대로 된 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타산업 대비 최저 수준인 PBR(주가순자산비율) 등을 보더라도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고, 이같은 점이 국내 은행업의 성장과 안정성 확보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