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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당 의사수 OECD ‘꼴찌’…의대 정원 확대 서둘러야[김용훈의 먹고사니즘]

5월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는 2.5명입니다. 이 수치는 한의사까지 포함된 수치인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명보다 적습니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의사 수가 적은 나라는 멕시코(2.4명) 뿐입니다. 사실상 꼴찌인 셈이죠. 의학 계열(한국은 치의학 제외, 한의학은 포함) 졸업자도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7.2명으로 OECD 평균(13.2명)보다 낮죠. 실제 프랑스가 10명, 미국과 일본은 각각 8.2명, 6.9명입니다. 반면 한국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14.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요. 그런데도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습니다.

조규홍 “의대 정원 확대 추진…2025년 입시 반영”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

정부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장관은 “2024년도 입시 요강은 나왔으니, 2025년도 의대 정원에는 반영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인구가 감소하니 의사 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고령화가 되고 건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니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습니다. 2025학년도 입시부터 300~500명 규모로 정원을 늘리는 것을 전제로 대한의사협회 등과 논의 중이라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너도나도 ‘의대’ 가겠다는데, 의사 수는 왜 부족?

사진은 기사와 무관. [123RF]

정부가 뒤늦게나마 의대정원을 확대하겠다고 한 건 다행입니다만, 성적 우수자들이 죄다 의대로 몰려가는 ‘의대병(病)’이 심각한데도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나라 의사 수가 줄어든 것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부터입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의료계·약계·정부가 약사의 대체조제를 금지하는 내용 등의 약사법 개정안에 합의해 종료됐지만 초유의 의료대란 속에 국민은 큰 고통을 겪어야 했죠. 의사들은 의약분업을 막진 못했지만, 의대 입학 정원 감축, 면허취소 기준 축소라는 망외의 전과를 올렸습니다. 그 때부터 입니다. 의대 정원은 10% 감축안에 따라 단계적으로 축소돼 2006년까지 3058명으로 줄어든 뒤 지금까지 이 숫자에 묶여 있습니다.

인구 줄면 의사 ‘과잉공급’ 된다고? "천만에"

의대 정원이 요지부동인 것은 간호대 입학 정원과 비교해도 금새 표가 납니다. 실제 지난 18년 동안 간호대 입학 정원은 1만1206명에서 2만3183명으로 배 이상 늘었습니다. 당연히 전국 의료 현장에는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오고 있죠. 필수의료인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의사들이 급감한 탓에 진료대란이 벌어지고,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지방 의료시스템은 무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는 여전히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합니다. “인구 감소로 의사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인구고령화 등으로 2035년엔 약 2만7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국내 1호 어린이병원인 서울 소화병원 휴일 진료 중단

4일 서울 용산구 소화병원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내 첫 어린이전문병원인 소화병원은 토요일과 공휴일에도 오후 6시까지 진료를 봐 왔는데 진료 인력 부족으로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진료를 한시적으로 운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합]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소아청소년과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서울에 있는 국내 첫 어린이 전문병원이 77년 만에 휴일 진료를 중단했습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소화병원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진료 인력 부족으로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진료를 한시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며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죠. 소화병원은 지난 1946년 문을 연 국내 1호 어린이 병원으로 77년 동안 휴일(공휴일 포함)에도 오후 6시까지 진료를 해왔습니다. 또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돼 평일에는 밤 11시, 휴일에는 오후 6시까지 어린이 환자를 진료했죠. 하지만 이 병원조차 최근 소아과 의사 1명이 퇴사하면서 인력난을 겪어왔습니다.

필수의료 인력 확대 촘촘한 정책 설계 필요해

다만 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에선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인력이 증가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모수’부터 늘려야 하는 게 정답 아닐까요. 그래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가 국민들의 실질적인 불편함을 덜어주려면, 현안인 필수의료 기피나 지역 의료진 부족 현상은 좀 더 정교하고 다각적인 정책 설계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필수의료 분야의 파격적인 수가 인상과 보상, 공공의대 설립 및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통해 붕괴되는 의료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신속하게 결단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듯 합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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