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소비자는 ‘별점테러’, 창작자는 “AI 학습도구” [생성형 AI 리스크]
생성형 AI 상당부분 활용 의혹
“창작물로 인정할 수 없다” 비판
저작권 합법성 사회적 합의없어
대중문화 ‘AI 창작’ 혼란 가중
단원 김홍도의 그림(왼쪽)을 기자가 생성형 AI ‘레오나르도’에 학습시켜 만든 결과물(오른쪽)이다. AI는 단원의 화풍은 물론 그림의 질감 까지 유사한 결과물을 창조해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지만 이를 실제 대중문화 업계에서 활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AI 그림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의 반발부터 자신의 창작물이 AI에 학습될 수 있다는 창작자들의 불만까지 잠재워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생성형 AI 시장이 커질 수 있는만큼 관련 법안이나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습된 데이터에 기반해 특정 요구에 맞는 결과를 생성하는 생성형 AI 이용 자체는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보편화됐다.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미국 기업 오픈AI가 출시되면서 일주일 만에 이용자 50만 명을 모았던 ‘챗GPT’ 역시 생성형 AI다. 구글은 최근 음악 생성 AI ‘뮤직LM’을 공개했다.

▶“내가 AI 학습 도구?” 창작자 불안도=생성형 AI는 대중문화 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광범위하지만, 이를 실제 업계에서 활용하기까지는 해결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창작자들 사이에선 자신의 창작물이 동의 없이 AI 학습에 이용돼, 향후 수익창출에까지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기자가 직접 생성형 AI 프로그램에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학습시킨 결과, 유사한 화풍에 질감까지 재현한 결과물이 나왔다. 표절까지 주장하긴 어렵지만, 유사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문제는 김홍도와 같이 저작권이 소멸되지 않은, 현업 창작자들의 경우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최모(27)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림을 올려 홍보를 하곤 하는데, 누군가 마음대로 가져다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며 “100% 똑같은 그림을 만들지 않더라도, 공들여 만들어온 화풍이나 그림체가 다른 사람들의 그림과 섞여 학습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불쾌하다”고 털어놨다.

원작자가 동의하지 않았더라도, AI에 학습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긴 어렵다. 박모(41) 디자이너는 생성형 AI ‘레오나르도’가 자신의 창작물로 만들어낸 재창작물을 본 뒤 “표절까진 아니지만 분위기와 느낌이 비슷해 (수익창출 등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 그림을 이용했다는 확신을 할 수 없어 고민이 될 것 같다”는 반응을 내놨다.

▶“‘딸깍이’그림”소비자 반발=AI 콘텐츠를 접하는 소비자들도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지난 23일 네이버 웹툰에 1화가 공개된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공개 이후 잇따른 반발이 단적인 사례다. 독자들이 신체 묘사가 어색하다는 점 등을 들어 생성형 AI가 상당 부분 활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해당 웹툰은 10점 만점인 별점이 한때 1점대까지 내려가는 등 ‘별점 테러’를 당했다. 댓글들을 살펴보면 “‘딸깍이(마우스 클릭만 했다는 뜻의 비하)’는 작가가 아니다”, “양산형 AI 웹툰이 판을 치면서 전반적으로 질이 낮아질 것”이라는 등 AI가 적용된 창작물을 인정할 수 없다는 비판이 주로 나온다. “원작자에게 허락은 받았냐”는 등 저작권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스튜디오 측은 “작업 마지막 단계에서 AI를 이용한 보정 작업을 했다”고 해명하면서 AI 보정을 삭제해 재업로드를 하겠다고 밝혔다.

▶AI 저작권 사회적 합의 없어...법안 개정 시급=생성형 AI에 대응해 원작자들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뚜렷한 지침이 없는 상태다. 현재로선 저작자에게만 저작물을 복제·배포·공연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저작권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지만 AI 콘텐츠에 적용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분과위원인 이철우 변호사는 “AI의 연구나 학습을 위해 쓴 것이기 때문에 공정하게 이용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 현행법상 (AI 학습이) 저작권 침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반면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AI 학습 과정에서 복제, 배포가 이뤄지므로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학습시키는 것은 모두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현행 저작권법이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컴퓨터의 분석을 통한 저작물의 복제·전송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지난 2021년 발의됐으나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기술 발전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소비자, 창작자가 참고할 수 있는 지침은 없어 갈등이 커질 수 있는만큼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