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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서현도, 故 김정주도…‘세계 1위’ 상속세 위해 지분 포기하는 오너家 [투자360]
이서현(왼쪽)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연합]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해 2월 별세한 넥슨 창업자 고(故) 김정주 회장의 유족이 물려받은 지분의 상당수를 상속세로 정부에 물납했다. 물납은 상속인이 일정 요건에 따라 현금 대신 유가증권이나 부동산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절차다. 일각에서는 최대 60%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상속세 비율이 지나치게 과대해 기업 승계에 부담으로 작용, 경영 안정의 위해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넥슨그룹 지주회사 NXC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2월 전체 지분율의 29.3%에 해당하는 85만2190주를 보유, 2대 주주가 됐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김 창업자의 유족인 배우자 유정현 이사와 두 딸 측이 보유한 합계지분율은 98.64%에서 69.34%로 줄어들었다. 유 이사의 지분율은 34%로 기존과 동일하고, 두 자녀의 지분율만 각각 31.46%에서 16.81%로 감소했다.

유 이사와 두 자녀는 지난해 9월 김 창업자 명의의 NXC 지분 196만3000주(당시 지분율 67.49%)를 상속받았다. 이에 따라 상속 이전 NXC 지분 29.43%를 보유하고 있던 유 이사는 지분 34%를 보유, NXC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각각 1만9750주(0.68%)씩을 보유하던 두 자녀도 당시 89만5305주씩을 상속받아 NXC 지분 30.78%씩을 보유했다.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지난 2월 보유 중인 삼성SDS 주식 전량을 매도한 바 있다. 처분 목적은 상속세 납부용이다. 삼성 일가는 지난 2021년 서울 용산세무서에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5년 연부연납(분할납부)을 신청했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홍라희 여사 3조1000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2조6000억원, 이 이사장 2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미약품의 오너 일가도 지난달 사모펀드에 보유지분 11.8%를 넘겼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 3000억원은 상속세 재원 마련 용도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이 지나치게 커 기업 승계에 부담이 되므로 상속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1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0.7%)이 프랑스, 독일과 함께 공동 1위로 과중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은 한국이 5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이나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할증이 적용돼 실질적으로는 최고 60%가 된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전경련은 "기업 승계 때 상속세는 기업 실체의 변동 없이 단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상속인에게 무상 이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세로 기업 승계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세를 일부 공제하는 가업상속공제가 있으나, 적용 대상이 한정적인 데다 대표자 경영 기간, 업종 유지, 자산 유지 등 요건도 엄격해 활용이 저조하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국내에서 2016∼2021년 가업상속공제 연평균 이용 건수는 95.7건, 총 공제액 2967억원 수준이지만 관련 제도가 활성화된 독일은 연평균 1만308건, 공제액 163억유로(약 23조8000억원)에 달한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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