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전쟁났나” 당황한 시민들, 내용없는 대피문자에 우왕좌왕
긴급대피→오발령→책임 전가 ‘혼선’
상황설명·대피장소 안내없는 재난문자
새벽잠 깬 시민들 혼란 속 불안감 가중
국가경보체계 시스템 부실 비판 쇄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가 31일 남쪽으로 발사된 뒤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공습경보가 내려지자 섬 주민들이 급히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31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6시 29분께 백령도 일대에 공습경보를 발령한다며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백령도 진촌2리 대피소로 대피한 주민들. [연합]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서울시는 오전 6시 41분 경계경보 발령 위급 재난문자(왼쪽부터)를 발송했다. 행정안전부는 오전 7시 3분 서울시가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이라는 문자를 보냈고 서울시는 오전 7시 25분 경계경보해제를 알리는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연합]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이런 식이면 실제 대피상황이 터질 경우 아무도 안믿을 것같아요.”

3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서울 마포구 주민 김모(63)씨는 이른 아침부터 울린 사이렌 소리에 당황했다. 김씨는 “어디로 대피하라는 건지, 왜 대피해야 하는 건지 내용도 없어서 TV를 틀었는데 속보가 없어서 문자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6시 41분께 서울시는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22분 뒤인 오전 7시 3분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린다”고 정정했다. 정정 문자가 발송된지 22분 후에는 서울시가 오전 7시25분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린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길 바란다’는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 시민들의 혼란이 계속됐다.

경보를 받은 서울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가 안내 문자를 발송한 시각부터 이날 오전 7시 10분까지 경기북부경찰청에는 200여 건의 112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특히 우선 대피대상이었던 미성년자와 노인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주로 수학여행에 갈 생각에 설렜던 중학생 남모(15) 양은 “큰 소리도 나고 경보문자로 와서 무서웠다가 오발령이라 해서 허무했다”고 말했고, 김모(15) 양은 “별거 아닌 걸로 재난문자가 워낙 많이 오니 이번에도 별 일 아니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국가가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지하철에서 경계경보 발령 문자를 받았다는 하효열(81) 씨는 “사람들이 다 놀라서 스마트폰을 봤다”며 “북한 미사일 경보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어떡하냐”고 화를 냈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김모(73)씨는 “어디로 대피하라고 말하기 전에 무슨 일인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했다”며 “다른 일도 아니고 북한 문제인데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오발령을 낸 경위를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자를 발송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행안부 제1민방위경보통제소에서 서울시 민방위경보통제소로 북한 미사일 발사체 관련된 내용을 통보했다”며 “시 민방위경보통제소에서 재난문자 발송 요청을 해왔고 시에서 승인해서 발송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행정안전부는 서울시의 문자가 오발령 된 것이라고 정정하며 “서울시는 경보 지역에 해당하지 않아 서울시가 이날 오전 보낸 위급재난문자는 잘못 발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동참모본부 역시 “북한이 쏜 발사체는 서해상으로 비행했으며 수도권 지역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락가락한 문자 발송에 시민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재난문자가 실제 상황보다 9분 늦게 발송된데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한 트위터 유저는 “실제 상황보다 9분 늦게 재난 문자를 보낸데다, 경계경보가 오발령이라고 행안부가 다시 문자 보내니 서울시가 오발령 아니라고 항변하는 듯 ‘경계경보 해제’라고 보냈다”며 “뭐하는 거냐. 환장하겠다”고 적었다.

오발령으로 실제 대피소를 물색한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대피소 위치에 대한 사전 교육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허용기(32)씨는 “민방위 훈련에서 안전디딤돌 앱을 깔면 대피 장소가 나온다는 말이 생각났지만 막상 어떻게 대피해야 할 지 몰라 실제로 대피하진 않았다”며 “대피소를 알려주는 훈련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살면서 처음으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실제 경계경보가 내려진 백령도 주민은 이른 아침 대피소 몸을 피했다 8시쯤 귀가했다. 이날 오전 백령도 일대에는 사이렌이 20분 넘게 울렸으며 백령면사무소는 마을 방송으로 “경계경보와 관련해 주민들은 대피해 달라”고 전파했다. 대청면 사무소 관계자는 “대피는 6시 30분에 발령 났지만 마을마다 대피소까지 거리가 달라 순차적으로 각 마을에 알렸다”며 “8시 이후에는 경보가 해제돼 주민 모두 귀가했다”고 말했다. 백령면 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 모두 집으로 복귀해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며 “또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몰라 대피소 문은 열어놨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양근혁 수습기자

binn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