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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직원 금리가 7%”...은행원, 연차내고 다른 은행서 대출
평균 금리 5.4%보다 훨씬 높아
역차별 논란속 임직원대출 금감
여론눈치·금융사고 방지 ‘합리적’

“은행원도 연차를 내 다른 은행을 간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주요 은행이 자사 임직원에 제공하는 대출금액이 해마다 크게 줄고 있다. 이자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에 은행이 자사 임직원의 대출 금리를 다른 상품에 비해 높게 책정하는 등 헤택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 사이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쇄도하지만, 꾸준히 발생하는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합리적인 처사라는 반박도 나온다.

▶“평균금리 5.4%인데 임직원에만 7%”...혜택 축소에 임직원 대출 감소=3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2022년 말 기준 임직원 소액대출 잔액은 2447억원으로 2021년 말(2752억원)과 비교해 11%(305억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18년 말(3596억원)과 비교했을 때 32%(711억원) 줄어든 수치로 해마다 꾸준히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법에 따르면 시중은행 임직원이 근무하는 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다만 금융위원장이 허용한 한도 내에서는 가능한데, 이를 ‘임직원 소액대출’이라고 한다.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은행 임직원은 2000만원 이내의 일반자금대출(신용대출), 5000만원(신용대출 포함) 이내의 주택담보대출을 재직 중인 은행에서 받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난 최근 4년 동안, 임직원 대출의 수요는 꾸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임직원 대출의 금리 혜택이 갈수록 축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4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A은행은 임직원 대상 신용대출 금리를 지난해 고정 3.6%에서 올해 6%로 2.4%포인트 상향했다. 심지어 보증료율 1%를 더해 7%의 고정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전날 기준 4대 은행이 공시한 신용대출 금리가 4.84~6.34%인 것을 고려하면, 일반대출의 금리 상단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한 셈이다.

다른 주요 은행도 마찬가지다. B은행은 임직원에게는 CD금리에 2%이상의 가산금리를 적용한 고정금리 신용대출(5.75% 이상)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4대 은행이 취급한 평균 신용대출 금리(5.44%)와 비교해 0.3%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다른 시중은행도 평균 신용대출 금리와 유사하거나, 되레 높은 금리의 임직원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원들 ‘역차별’ 불만에...“금융사고 방지 차원” 반박도=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의 IT부서에서 근무하는 김모(33) 씨는 “최근 내 집 마련 계획과 함께 임직원 대출에 대해 알아봤는데, 결국 인터넷은행 상품을 사용했다”며 “신용이 뚜렷한 은행원에 싼 금리를 제공하는 것과 삼성전자 직원에 자사 제품을 싸게 파는 것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조모(45) 씨는 “은행원도 연차를 내 다른 은행에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며 “일반 기업들도 은행과 연계해 대출 복지를 제공하는 마당에,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2000만~5000만원 수준으로 동결된 임직원 소액대출의 한도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른 임직원 대출 한도는 1998년 이후 약 25년간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부채는 9170만원으로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6년(3947만원)과 비교해 132%(5223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속해서 발생하는 은행권 금융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박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은행 직원의 수백억원대 횡령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 은행들이 자처해 위험 요소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최근 금리 상승을 거치며 가중된 이자장사 및 과도한 성과급 지급에 대한 부정 여론을 고려하면, 쉽사리 관련 복지를 확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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