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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뮤지컬 솔지 “EXID는 언제나 돌아갈 집”
‘식스 더 뮤지컬’ 캐서린 하워드役 도전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킨 EXID 시절보다 더 화려한 의상으로 무대에 올랐다. 가창력으로 말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발성의 정석’. 가수 솔지(34·사진)가 생애 첫 뮤지컬 무대에 섰다.

“여섯 명의 배우들이 80분 내내 무대를 떠나지 않고 계속 노래하고, 춤을 춰요. 가만히 있는 것 같을 때에도 끊임없이 연기를 하고 있죠.”

영국 웨스트엔드를 발칵 뒤집고, 미국 브로드웨이를 사로잡은 ‘식스 더 뮤지컬’. 헨리 8세의 여섯 왕비를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이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에서 막을 올렸다. 헨리 8세에게 가장 핍박받은 사람을 가리는 왕비들의 ‘불행 배틀’을 담아낸 쇼 뮤지컬이다. 솔지가 맡은 역은 다섯 번째 왕비 캐서린 하워드. 공연이 한창인 서울 코엑스 아티움에서 솔지를 만나 첫 뮤지컬 도전기를 들어봤다.

뮤지컬은 독특하다. 짧고 굵은 ‘쇼 뮤지컬’이다. 여섯 왕비들이 자신의 일대기를 각자에게 주어진 노래로 부른다. ‘팝 종주국’에서 태어난 뮤지컬 답게 작품 속 캐릭터는 팝스타들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솔지가 맡은 하워드는 아리아나 그란데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섞인 캐릭터다. 첫 도전은 합격점이다. ‘식스 더 뮤지컬’을 고른 것부터가 ‘영리한 선택’이었다.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주면서, 길지 않은 호흡으로 감정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준비 과정이 수월하진 않았다. ‘가창력 끝판왕’이라는 수사를 달고 다니지만 뮤지컬 넘버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하워드의 넘버는 음역대가 오락가락한 데다, 그 안에 서사가 휙휙 바뀌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빠른 노래 안에 가사가 굉장히 많고, 그러면서도 관객들에겐 너무 빠르다고 느껴지면 안되는 곡이기에 보컬리스트로의 테크닉 발휘도 필요했다.

“어려운데 어렵게 들리지 않는 곡이에요. 음률이 많고, 각각의 노트를 딱딱 찍어주면서 다이내믹을 잘 끌고 가는 것이 중요했어요.”

하워드의 삶은 여섯 왕비 중 가장 드라마틱하다. 어린 시절부터 남성들에게 성적으로 착취 당한 삶은 변칙적인 음역에 담긴다. 정확한 발음으로 전달되는 노랫말, 탁월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가창력에도 관객들이 몸 둘 바를 모르는 순간이다.

“처음엔 다소 생각 없어 보이기도 해요. 그저 ‘섹스 심볼’인 줄 알았던 하워드의 감정선이 노래 안에서 다이내믹하게 오가요. 뭔가를 알아가고, 슬퍼하고, 절규하고, 절망하는 모습에서 관객들도 많이 당황하는 것 같더라고요. 공연을 보러 온 지인들도 언제 박수를 쳐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어느덧 데뷔 18년차. 지난 긴 시간 솔지의 가수 인생은 ‘오뚝이’와도 같았다. 발라드 듀오 2NB로 데뷔, 긴 무명의 시절을 보냈다. 2015년 EXID가 ‘위 아래’로 역주행을 하기 전까지 그는 수면 아래 존재하던 가수였다. 솔지가 지금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 때는 “EXID 역주행 이후 ‘뮤직뱅크’에서 첫 1위를 했을 때”다.

“지금에야 제가 뭘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지를 좀 알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데뷔했어요. 세상을 마주하기엔 나약하고 어린 나이였는데, 부딪히는 것이 많다 보니 그 땐 참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저에게 아물지 않은 상처도 있고요. 그러면서 이겨내고, 또 상처가 나고, 굳은 살이 생겼어요.”

EXID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활동을 하면서, 다시 모일 날들을 기약하고 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달라 방향의 차이“는 있지만, 기다려주는 팬들과 서로의 마음을 모아 함께하는 날을 그리고 있다.

“제게 EXID는 언제나 돌아갈 집 같은 곳이에요.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소중해요. 온 국민에게 ‘위 아래’라는 곡으로 사랑을 받았고, 그룹을 통해 우리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가족도 돌볼 수 있게 됐어요. 그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지 않냐고 동생들과 항상 이야기해요. EXID가 있었기에 뮤지컬도 할 수 있었고요. 지금은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무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큰 행복이에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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