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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현대重, 1년간 산재사망 제로 비결은 위험성 평가”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통해 위험요인 공유
1분기 재해율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2%↓
협력사 안전작업요구권 1년간 875건 행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울산광역시 동구 HD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Tool Box Meeting)에 참여해 산재 예방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통합안전교육센터 에서 교육 받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손을 잡고 격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지난 26일 울산광역시 동구 HD현대중공업 야외 작업장(야드). 건조 중인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앞에서 HD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사 ㈜금영산업의 팀장과 팀원 10여명은 둥글게 원을 만들고 ‘산재 예방 구호’를 외쳤다.

그렇게 시작한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Tool Box Meeting)은 사뭇 진지했다. 안전모, 보호안경, 방진마스크, 안전벨트 등 안전장비 점검을 마친 팀장이 물었다. “오늘 새벽에 비가 왔는데요,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말해보실 분 계십니까?” 팀원들은 각자가 판단한 위험요인에 대해 공유했다. “블록에 수직 사다리가 상당히 많이 설치돼 있습니다. 수직사다리는 오르고 내릴 때 미끄러워 떨어질 위험이 상당합니다.” 한 팀원이 답했다. 그러자 팀원 모두가 다시 한번 수직 사다리를 응시했다. 론지(선박 보강재) 높이가 높아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20년간 쌓은 데이터로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안전사고 예측 시스템도 현장에서 활용됐다.

이들은 그렇게 TBM을 마치고 일터로 향했다. 모르긴 해도, 이들은 이날 수직 사다리를 오르내리거나 이동할 때 론지를 넘나들 때 다시 한번 주의를 기울였을 것이다. 산재 발생률이 이를 증명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이 1만5000명에 달하지만, 최근 1년간 근로자 사망 사고는 단 한건도 없었다. 올해 1분기 재해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위험성평가를 적극 활용하면서 재해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들과 함께 울산을 찾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안전에 있어서 개편된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원·하청이 한 몸처럼 상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조선업 사망사고의 70%가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탓이다. 지난 1년간 산재 사망사고가 없었던 이 회사의 비결은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이들에게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권한도 부여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1년간 안전작업요구권을 행사한 사례는 875건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의 최근 고민은 ‘외국인’이다. 조선업 일손을 채우기 위해 정부는 올해 ‘비전문취업(E-9) 비자’ 외국인력을 작년보다 4만1000명 많은 11만명으로 늘렸다. 이 회사에도 5월에만 2400여명의 외국인이 입사했다.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은 이들이 다치지 않고 일하게 하려면 교육은 필수다. 입사 7개월 차가 되면 국적별로 4시간, 반기 4시간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한다. 조선소 야드 내 연면적 1100평 규모 통합안전교육센터를 만들고, 곤돌라·발판·크레인·전기기계·취부·사상·도장·용접 등과 시설 사용을 실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전담 통역사가 순차 통역해주는 방식이다. TBM을 할 땐 핸드폰 ‘번역기’ 등을 통해 참여한다.

입사한 지 7개월이 됐다는 태국인 찬반태씨(34)와 인사를 나눈 후, 조선소를 떠나려는데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이 버스에 올라탔다. 그는 “‘안전 최우선’ 가치가 위협받지 않도록 하겠다”며 몇 번이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올해 작년 실적(2712억원)보다 13.7% 많은 3085억원을 안전·보건 예산으로 편성했다. 2027년까지 재해율 0.15 이하, 사망만인율 0.29 이하, 안전문화 지수 3.7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회사 통합안전교육센터 입구 문귀에 걸린 현대그룹 창업자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생전 어록이 떠올랐다. “아무리 이익이 나도 재해가 많이 나면 그건 아주 가치 없고 3류 국가의 4등, 5등 회사다.” 대한민국 기업 모두가 ‘1등 회사’가 되길, 속으로 되뇌었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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