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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입은 쉽고, 해지는 난관” 월정액 해지하려다 속 터진다
멜론, 쿠팡 등의 멤버십 해지 단계에서 나오는 화면들 [독자제공]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멜론 월 정액 해지하려고 했다가 성질나서 휴대폰 던질 뻔했어요.”(42세 박모 씨)

최근 박 씨는 매달 나가는 이용료를 아껴보려 멜론 이용권을 해지하려 했다.

일단 해지 버튼을 찾는 것부터 난관. 앱 곳곳을 뒤져 겨우 찾아냈더니 이번엔 온갖 절차가 기다렸다. 그는 “교묘하게 계속 이용을 유도하는 화면이 이어졌다. 가입할 땐 순식간인데 해지할 땐 정말 구차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구독경제 서비스가 급증하면서 멤버십 해지에 고객 불만도 급증하고 있다. 가입은 일사천리, 해지는 하세월이다.

그나마 시간만 요한다면 다행. 교묘한 표현과 그래픽으로 수차례 해지 포기를 유도하는 행태가 비일비재하다. 바로 다크 패턴(Dark pattern, 고객을 속이기 위해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이다.

구독 서비스 사용자가 급증하는 만큼 업체의 ‘낚시성’ 다크패턴도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멜론 멤버십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문구들[독자제공]

멜론의 경우 일단 이용권 해지 버튼을 찾기부터 쉽지 않다. 메인 페이지 최상단에 ‘이용권 구매’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과 대비된다. 여기에서 최소 3번의 절차를 거쳐야 숨겨진(?) 해지 버튼을 찾을 수 있다.

해지 신청을 해도 바로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000님 떠난다니 아쉬워요’란 문구와 함께 ‘멜론과의 소중한 기억’, ‘지금 해지하면 00등급 혜택도 사라져요’, ‘놓친 멜론의 이벤트’ 등이 계속 이어진다.

스크롤에 지칠 때 즈음에서야 문구가 나온다. 여기도 방심하기 쉽다. ‘계속 이용하기’ 버튼은 초록색 활성화로, ‘그만 이용하기’ 버튼은 무채색으로 비활성화돼 있기 때문.

멜론 멤버십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문구들 [독자제공]

그다음은 할인혜택.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특별한 혜택을 준비했다”며 ‘월 100원’의 파격 서비스를 제안한다. 감춰진 ‘자세히 보기’를 열면 실체가 나온다. 한 달만 100원인 정기 구독이다. 이 모든 절차를 극복해야만 비로소 해지할 수 있다.

쿠팡 와우 멤버십은 어떨까. 똑같다. 각종 할인혜택을 총망라하며 ‘이래도 정말 해지할 것인지’ 묻는다. 강행하면, 이번엔 쿠폰을 보여주며 “지금 해지하면 1만원의 이 쿠폰이 사라진다”고 유혹한다. 쿠팡 역시 ‘멤버십 유지하고 쿠폰 사용하기’는 파란색으로, ‘혜택 포기하고 해지하기’는 무채색으로 돼 있다.

쿠팡 멤버십 해지 과정에서 나오는 화면들 [독자제공]
쿠팡 멤버십 해지 과정에서 나오는 화면들 [독자제공]

그래도 쿠팡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번엔 각종 매혹적인 혜택을 재차 보여주며 ‘내가 받고 있는 혜택 유지하기’를 누르길 유도한다. 남은 기간 동안 다시 생각해보라는 버튼도 추가됐다. 한 번 더 ‘다음 결제일까지 00일 남았다’고 또 버튼을 선택하게 한다.

쿠팡 멤버십 해지 과정에서 나오는 화면들 [독자제공]

마지막은 ‘눈물의 아이콘’이다. “월평균 7만2000원을 아낄 수 있다”며 눈물(?)로 호소한다. 멤버십 해지를 시도한 회사원 이 모 씨는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야 해지하기가 나오고, 그럼 또 새 페이지로 넘어가서 해지 포기를 유혹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쿠팡 멤버십 해지 과정에서 나오는 화면들 [독자제공]

이 같은 행태는 이미 만연해 있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도록 고객을 속이고자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다크패턴이라 불린다. 해지 버튼을 숨겨놓은 것도, 각종 혜택을 다시 보여주는 것도, 버튼 색상에 차이를 두는 것도 모두 같은 이유에서다. 고객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함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21년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모바일앱을 조사한 결과 그 중 97개 앱에서 다크패턴이 발견됐다. 이런 사례도 있다. 고급 운동화를 30만원대에 판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특정 사이즈 1개만 그 가격일 뿐 다른 사이즈는 70만~80만원대에 파는 식이다.

여당과 정부는 최근 ‘온라인 다크패턴 근절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업계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소비자 탈퇴를 막으려는 기업의 수법도 진화할 것”이라며 “어디까지가 소비자 기만일지 명확히 정의하기도 쉽지 않다. 당분간 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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