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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지키는 청소부인데” 튀기고 끓여 먹는 인간들 [지구, 뭐래?]
[튀김 요리 사진]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꿈에 그리던 식재료!(夢幻食材!)”

대만 한 야시장에 있는 식당 ‘라멘소년’의 페이스북 글이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바로 심해등각류를 재료로 쓴 음식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세계 해외토픽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인간의 음식 재료로 쓰인 이 생물의 정체는 바티노무스(Giant isopod). 수족관에서나 실물을 볼 만큼 깊은 바다에 산다. 외계생물 같은 외형이지만, 생태계에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죽은 물고기나 오징어 등을 먹으며 바다를 청소하기 때문이다. ‘바다의 청소부’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sideline555 유튜브 채널 캡쳐]

심해생물이기 때문에 여전히 인류는 그 존재를 온전히 알지 못한다. 개체수부터 종류,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미지의 생물이다. 그리고 미처 그 의문을 다 풀기도 전에 이제 인간이 이 생물을 먹기 시작했다.

[출처 식당 공식 페이스북]
[출처 식당 공식 페이스북]
[식당 공식 페이스북]

“요리하는 건 간단합니다. 내장을 제거하고, 찜통에 찌면 랍스터 맛이 나요. 전체적으로 의외로 맛이 달고, 정말 먹을 가치가 있습니다!”

최근 대만의 이 식당은 이 같은 글과 함께 바티노무스 요리 사진을 20여장 올렸다. 얼마나 요리가 고급(?)인지 보여주려는 사진들이다. “마침내 꿈의 재료를 얻었다”고 밝힌 식당 측은 “170미터에서 2140미터 사이의 어둡고 깊은 바다에서 사는데, 이번엔 둥사군도(東沙群島) 근처에서 잡았다”고 강조했다.

[출처 식당 공식 페이스북]

그러면서 한 그릇에 1480대만달러(약 6만4000원)이며, 수량에 한계가 있으니 단골에만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 생물은 한국 해역에선 발견되지 않는다. 태평양, 인도양 등 대양의 깊은 바다에 주로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분포 지역 등을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아직 인류에게 알려지지 않은 종도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독특한 외모 때문에 처음 인류에 발견됐을 때부터 큰 흥미를 일으켰다. 큰 종류는 길이가 50cm에 이른다.

[LUMCON 유튜브 채널 캡쳐]

‘바다의 청소부’로 불리는 건 지금까지 알려진 이 생물의 특징 때문이다. 육식성이고 주로 죽은 고래나 물고기, 오징어 등을 먹고산다. 과거 심해에서 이들이 죽은 악어를 잡아먹는 영상이 공개돼 큰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알수록 독특한 존재다. 엄청난 먹성을 자랑하지만, 음식 없이도 5년 이상까지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0년 무렵 일본의 한 수족관에선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이들이 4년 동안이나 아무 음식도 먹지 않아 문제였다. 당시 수족관 측은 인터뷰를 통해 “음식을 줘도 먹는 척만 할 뿐 먹지 않는다. 수온 때문인지 최적의 온도를 찾아보려 해도 변화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우린 이들을 여전히 알지 못한다.

굳이 심해생물까지 먹어야만 할까. 랍스터 맛이 난다며 자랑해야 할까. 인간이 심해생물로 라면까지 끓일 줄은 상상이나 했을까.

해양 생태계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의 알리 타브리지 감독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제3회 H.eco포럼에 참석, 해양 생태계 파괴의 간단하고 확실한 해법이 있다고 단언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은 그냥 바다를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럼 바다는 알아서 회복할 수 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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