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EV시스템에너지전략실장 손창업(왼쪽부터) 상무, 현대차 EV혁신사업부장 송복구 상무, 현대차 GSO 담당 김흥수 부사장, 현대차 대표이사 장재훈 사장,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권영수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 김동명 사장,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마케팅·아시아 담당 박진용 상무,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사업전략 담당 김형식 상무. [현대차 제공]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연산 30GWh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짓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6일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에서 배터리셀 합작법인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양사는 2025년 말 생산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브라이언 카운티에 연산 30GWh 규모의 공장을 짓는다. 이는 전기차 약 30만 대분의 배터리셀을 양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총 5조7000억원을 공동 투자하며, 지분은 각 50％씩 보유할 예정이다.

특히 합작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은 현대모비스가 배터리팩으로 제작,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신 생산거점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비롯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에 전량 공급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의 위치가 HMGMA 부지와 인접해 공급 편의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SK온과도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35GWh 규모의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도 배터리 공장을 짓게 되면서 미국 내 생산능력을 65GWh까지 높이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배터리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해 왔다. IRA는 북미에서 제조한 전기차 중 배터리 광물·부품 요건을 갖춘 차량에만 대당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현지 전기차 판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IRA 시행 이후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지배력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 1~4월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5.9％로 전년 동기 대비 1.4％p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HMGMA와 2개의 배터리셀 공장 가동이 본격화하는 2025년 이후부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첫 공장인 HMGMA에선 현대뿐 아니라 기아,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장재훈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전동화 체제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배터리 선두 기업이자 핵심 파트너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공장 설립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대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현대차그룹과의 이번 합작을 통해 미국 내 생산 능력을 더욱 확장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만 제너럴모터스(GM)와 1·2·3 공장(140GWh), 혼다와 JV(40GWh), 미시간주 단독공장(26GWh), 애리조나 단독공장(43GWh) 등을 구축 중이다.

이번 합작까지 더해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내 생산 능력은 279GWh까지 확장된다. 이는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최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85조 원에 달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올해 수주잔고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권영수 부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강자인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산업의 선두주자인 LG에너지솔루션이 손을 잡고 북미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차별화된 글로벌 생산 역량, 독보적 제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09년부터 전동화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의 첫 친환경차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부터,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6’ 등 주요 친환경차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 역시 인도네시아 카라왕 산업단지에 설립 중인 합작법인에 이은 두 번째다. 이 공장은 10GWh 규모로,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한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