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1조8000억원 벌고 420억원 뱉는 ‘갑질’ 구글”
독점적 시장 지위를 활용해 국내 모바일 게임회사들의 국산 앱마켓 ‘원스토어’ 입점을 막는 방식으로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에 400억원 가량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 구글은 당시 이 같은 ‘갑질’로 1조8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은 물론 앱마켓 점유율도 10%포인트 가량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11일 구글 LLC와 구글 코리아, 구글 아시아 퍼시픽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불공정 거래)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421억원(잠정)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다.
앱 마켓은 앱 개발자와 소비자간 앱 거래를 중개하는 모바일 플랫폼이다. 애플 iOS 운영체제(OS) 기반 앱 마켓에 애플스토어가 있다면 안드로이드 OS에는 구글이 운영하는 ‘구글 플레이’와 통신3사 및 네이버가 함께 만든 ‘원스토어’가 대표적인 앱 마켓으로 꼽힌다.
구글플레이와 원스토어의 국내 매출 90% 이상은 모바일 게임에서 나온다. 구글은 원스토어가 출범한 지난 2016년 6월부터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2018년 4월까지 넷마블·넥슨·엔씨소프트·웹젠 등 국내 주요 게임사에 ‘플레이스토어 첫 화면 상단 노출’(피처링) 등의 지원을 약속하는 대신 구글 플레이 독점 출시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원스토어 출시를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앱 마켓에 매년 수십만개의 게임이 출시되는 상황에서 구글의 피처링은 게임을 소비자에게 노출시키고, 다운로드와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국내 모바일 게임사들도 해외 진출에 성공하려면 구글의 해외 피처링 같은 지원이 중요하다고 인식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2월 당초 구글과 원스토어 동시 출시가 예정돼 있던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은 구글의 독점적 시장 지위를 활용한 제안에 결국 플레이스토어에만 출시하게 됐다. 당시 리니지2는 출시 한 달만에 20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이러한 방식으로 리니지2 뿐 아니라 리니지M, 메이플스토리M, 뮤오리진2 등 대형 게임을 독점 유치하며 1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봤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2016년 80~85%에서 2017~2018년 90%로 5~10%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스토어 시장의 점유율은 15~20%에서 5~10%로 하락했다. 원스토어는 2017년에만 18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한편 구글은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구글은 입장문을 통해 “구글플레이는 앱 마켓들과 성실하게 경쟁하며, 구글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개발자와 이용자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서면 결정을 통보받게 되면 (향후 행보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