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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공비 급증에 분담금 폭탄...위기의 리모델링
사업 초기보다 비용 급격히 상승
고금리 부담 겹쳐 사업철회까지
재건축 규제 풀려 매력도 감소
금리와 시공비의 상승으로 리모델링사업지의 분담금이 급등하고 있다.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 재건축의 규제를 대거 풀면서 리모델링의 매력이 급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건축심의를 신청한 서울 옥수동 극동아파트 입구. 이 단지 역시 억대의 분담금 상승이 예상된다. [연합]

높은 용적률 등으로 불가피하게 리모델링을 택한 단지들이 억대 ‘분담금 폭탄’을 맞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공사비 인플레이션이 리모델링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금리에 따른 조합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재건축에 대한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리모델링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2면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140가구에서 1311가구로 대단지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목동우성2차는 4월 건축 심의를 신청키로 했다. 건축 심의는 리모델링 허가(사업시행인가) 전 마지막 주요 단계다. 목동우성2차는 2000년 준공된 단지로, 높은 용적률(용적률 286%) 탓에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해 리모델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선정해 ‘세대 수 증가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건축 심의 절차에 돌입할 만큼 사업은 무난하게 진행되는 형국이지만 조합원 사이에서는 급등한 분담금이 잠재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30평대(전용 106㎡) 기준 분담금이 1억원대로 예상됐으나 현재 배 이상이 늘어날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단지 주민 한 분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30평대의 경우 3억원 중후반을 예상하는데 또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오를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1986년 준공된 900가구 규모의 성동구 옥수동 극동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단지 역시 4월 건축 심의를 다시 신청하는 등 리모델링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단지 또한 사업 초기 대비 분담금이 크게 뛰어 술렁이고 있다. 2015년 안전진단을 통과했을 시기와 비교했을 때 공사비 등이 40% 넘게 상승해 주민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50% 넘게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단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첫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지로, 7개층이 늘어 1035가구로 탈바꿈한다. 이에 따라 일반분양분을 고려하면 조합원들의 부담이 1억~2억원 안팎(전용 148㎡ 기준)으로 전해졌으나 최근 기준으로는 분담금이 1억원 이상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에 돌입한 단지 역시 수억원대 분담금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리모델링으로 4월 이주가 계획된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느티마을3단지는 전용 84㎡ 기준 분담금이 최대 3억8000만원대로 확정됐다. 이 같은 분담금 부담에 일부 단지는 리모델링 철회 결정까지 단행했다. 서울 송파구 거여1단지 리모델링추진위원회는 이달 리모델링 추진위를 해산했다.

지난 1997년 준공된 거여1단지는 총 1004가구 규모로, 지난해 12월 조합설립 총회를 개최한 곳으로, 불과 석 달 만에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초기 분담금을 비롯해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시공비 인상 등이 야기한 사업성 악화가 추진위 해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 밖에 인천 최초이자 최대 리모델링사업지로 알려진 인천 부평구 부개주공3단지도 올해 돌연 반대 모임이 결성됐다.

급등하는 분담금과 재건축에 비해 떨어지는 매력 등으로 리모델링사업의 미래 전망 또한 불투명해지고 있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기 신도시 중 한 곳인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를 찾아 진행한 현장 점검에서도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주민으로부터 제기됐다. 1기 신도시의 한 주민은 “금리가 크게 뛴 상황에서 공사비까지 올라 자금 부담이 너무 크다”며 “무리해서 리모델링을 해야 할 메리트가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법안이 발의된 1기 신도시 등 노후 신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은 재건축 추진 시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이고 기반시설 확충 등 공공성을 확보한 단지에 대해서는 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미 300%에 가까운 용적률 탓에 재건축이 어려워 리모델링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던 조합들은 정부가 재건축 용적률을 500%까지 올려주겠다고 하자 리모델링조합 해산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이에 원 장관은 “리모델링도 기여할 부분은 기여하고 일산 전체의 그림에 맞게 요청해오면 재건축 못지않은 혜택을 열어주려고 한다”며 “‘나만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피해의식을 갖지 않도록 논의하고 법이든 계획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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