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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최태원 회장 3월 중국, 4월 미국…꼬여버린 반도체 보조금 해법 찾을까
최태원 회장 “반도체 문제 관련 中 고위급 만나보겠다”

지난 25일 오후 중국발전고위급포럼 참석차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을 찾은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28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한국 경제인 중 유일한 연사로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연합, SK그룹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50조원 이상의 보조금을 두고 미국 정부가 반도체 수율 등 기밀 공유까지 요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란히 중국을 찾았고, 다음달 미국 방문 가능성도 높게 제기돼 양 그룹 리더들이 중국과 미국을 오가며 꼬여버린 반도체 문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최 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고위 경영진들이 다음달 미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4월 26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가질 정상회담에 맞춰 이 회장과 최 회장이 경제사절단으로 나설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진다. 앞선 윤 대통령의 UAE, 일본 방문 때도 두 회장은 경제계 대표 인사로 동행한 바 있다. 대통령실도 경제 분야를 방미 성과 최우선으로 보고 있어 경제사절단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달 방미 일정에서 미중 반도체 갈등과 가혹한 보조금 조건이 물밑에서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과 최 회장은 이달 중국을 잇달아 찾으며 반도체 해법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약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이 회장은 25∼2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리는 ‘2023년 중국발전고위급포럼(중국발전포럼)’ 참석 차 중국을 찾았다. 중국발전포럼은 국무원이 대외 경제교류 등을 위해 2000년부터 개최한 연례행사로, 이 행사에 참석한 국내 그룹 경제인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8일부터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 참석차 중국을 찾았다. 최 회장은 SK가 후원하는 보아오포럼에 거의 매년 참석해왔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이 행사에 직접 참석하게 됐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중국 견제가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두 경제인의 행보에 깊은 고심이 배어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2020년 5월 중국 반도체 공장을 찾은 바 있으나, 이번 방문에선 베이징 인근 시안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이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해, 관련 칩 생산 문제에 대한 이 회장이 현지 상황을 챙겼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 회장 역시 중국 방문을 통해 미중 갈등 해소를 위한 구상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 1분기 조(兆) 단위 영업적자 전망이 제기되는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의 2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우시와 다롄에서 반도체 공장도 운영하는데 우시에서는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40~50%를, 다롄에서는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20%를 맡고 있다. 실제 최 회장은 최 회장은 29일 보아오포럼 현장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반도체 문제와 관련해 중국 고위급 인사와 만날 예정이냐’는 질문에 “가능하면 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베이징에서 열린 발전포럼에서 리창 총리와 글로벌 기업인 면담을 통해 만난 데 이어 최 회장도 리 총리를 만나 반도체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아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반도체의 현실에 대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의 반도체법 시행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아니면 중국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로서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할지, 아니면 중국 내 사업 역량을 계속 확대해나갈지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로이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공표했다. 미국은 또 지난해 10월부터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했다.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6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로직) 장비는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하며 우리나라에는 1년 동안 유예 기간을 줬다. 이 유예 기간은 오는 9월 말로 끝난다.

쉽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린 이들 기업은 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에 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국내 기업들이 미국 반도체 공장 보조금 신청 여부를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고, SK하이닉스 역시 패키징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기업의 주된 수익원인 메모리 반도체가 최근 가격이 폭락하며 시름이 더욱 깊어진 모양새다. 메모리 반도체 D램 가격이 올해 1분기에 20%가량 급락했으며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최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여러 공급업체가 D램 생산을 축소하기 시작한 가운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20% 급락했다. 가격 하락 폭은 2분기에 10∼15%로 둔화할 전망이지만, 올해 하반기에 수요가 회복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의 줄다리기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대표 기업의 경제인들이 얼마나 실리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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