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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이나 걸려 ‘선 없는 TV’ 만든 진짜 이유” LG 기술장인이 직접 밝혔다 [단독인터뷰]
‘LG 올레드 TV 10주년’ 정재철 LG전자 HE연구소장 인터뷰
28일 서울 강서구 LG전자 마곡 사이언스파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정재철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연구소장(전무)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LG의 올레드 TV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기자님이 TV업계를 취재하는 동안 한 번 지켜보십시오. 다른 TV 기술은 경쟁사가 금방 따라 하겠지만 ‘올레드 TV 무선기술’은 오히려 단기간에 따라오지 못할 겁니다. 송신·안테나부터 무(無)손실 전송 등 정말 난도가 높은 기술이 많이 들어갔어요.”

정재철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연구소장(전무)은 28일 서울 강서구 LG전자 마곡 사이언스파크에서 헤럴드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LG 올레드 TV 역사’ 중 손꼽을 기술 진보로 올해 세계 최초로 공개된 ‘무선기술’을 콕 집었다. LG전자는 2013년 2월 14일 올레드 TV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고, 2월 18일 55형 올레드TV를 처음 판매했다.

올해 LG전자는 97인치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연내 출시 예정인 이 제품은 전원을 제외한 모든 선을 없앤, 세계 최대 크기 올레드 TV다. 셋톱박스·사운드바·게임용 콘솔 등을 모두 무선으로 작동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정 소장은 금성사에 입사해 약 30년 LG맨으로 전무 자리까지 오른 ‘LG TV의 산증인’이다. 그런 그가 올레드 TV 10년간 최고의 기술로 왜 무선기술을 화두로 언급했을까.

정 소장은 “2010년 초반 벽걸이 TV가 나오고 셋톱박스가 나오면서 그때부터 우리 고객들의 요구가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주렁주렁 달린 선을 없애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페인포인트(불편사항)를 들은 지 무려 10년이 넘습니다. 기술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LG전자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이것 한 번 해결해보자, 정말 고객들이 이걸 원한다면 한 번 되도록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손익을 생각하고 이 기술을 개발한 건 아닙니다. 아무도 안 하는 것, 우리가 역사적으로 고객 위해 한 번 해보자, 이 마음에 약 10년간 고민하며 구현한 게 무선기술입니다.

공교롭게도 LG가 올레드 TV를 개척한 기간만큼 무선기술에 대한 기술진의 고민도 지속됐다. 정 소장은 지난 2021년 LG전자 깜짝 히트상품인 이동형 TV ‘스탠바이미’를 예시로 들어 무선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스탠바이미는 화면이 27인치로 매우 작고, 화질도 풀HD 수준인 LG의 TV다. 그런데 출시 당시 이 제품이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20~30대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없어서 못 팔 정도란 얘기도 나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제품의 대박을 출시 당시엔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기존의 TV 성공 공식에는 하나도 들어맞지 않는 TV였기 때문이다.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 고화질(4K·8K 등 선호) 등 기존 기준을 깨뜨린 파격이었다. 크기와 화질이라는 전통적인 기준이 아닌 ‘이동성’과 ‘편의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스탠바이미의 사례를 보십시오. 현재 TV시장의 경쟁에서 ‘밝기·해상도·크기’ 등이 얼마나 최우선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요. 최고의 밝기·해상도와 엄청난 크기를 갖춘 TV가 아니어도 사용자가 쓰기에 더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면 그것이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LG전자가 항상 대외적으로 강조하는 ‘고객 경험’의 창출, 다시 말해 사용자가 던진 고민을 TV 제조사가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10년의 흔적이 LG 올레드 TV에 담기게 됐다고 정 소장은 설명했다.

28일 서울 강서구 LG전자 마곡 사이언스파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정재철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연구소장(전무)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LG의 올레드 TV’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임세준 기자
28일 서울 강서구 LG전자 마곡 사이언스파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정재철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연구소장(전무)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LG의 올레드 TV’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임세준 기자
28일 서울 강서구 LG전자 마곡 사이언스파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정재철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연구소장(전무)이 올해 LG 올레드 TV에 새롭게 탑재된 화면 조정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그는 올레드 10년의 역사를 시작할 당시 느꼈던 두려움도 언급했다. 2013년에 처음 TV를 내놓을 때 정 소장은 ‘아무도 이 올레드 TV 생태계에 들어오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사들이 앞다퉈 올레드 TV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확대돼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10년간 올레드기술의 구현이 어떻게 사용자의 고민과 맞물렸는지도 설명했다. 일종의 ‘뫼비우스의 띠’처럼 기술의 발전이 또 다른 사용자의 고민을 불러오고, 이것이 다시 새 올레드기술의 개발을 이끄는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3년에는 LG가 올레드 TV를 도입해 고객들에게 TV시장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올레드 TV는 기존 TV에서 볼 수 없는 블랙(검은색) 구현에 매우 뛰어나 밤에 어두운 환경에서 TV를 보는 이들의 구미를 당길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2017년을 넘어서니 이 블랙 화면을 보는 일부 고객이 ‘블랙몬스터(검은색 괴물)’라고 부르는 불만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이걸 치우고 싶다는 소리죠. 그때 고민 끝에 엄청난 투자를 해 돌돌 말아서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롤러블 TV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롤러블 올레드 TV를 내놓고 시간이 지나 고객들의 반응을 보니 어느 순간 ‘우리가 너무 디바이스(기기)에 집중한 게 아닐까’라는 반성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정재철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연구소장(전무)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그는 이런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최근 귀결됐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정 소장은 업계 일각에서 LG전자의 경쟁력을 우려하며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퀀텀닷(QD)-올레드 TV 등 패널기술을 비교하는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정 소장은 “TV의 디바이스가 무엇이냐를 따지는 것이 점차 무의미해진 시대가 됐다고 봅니다. 고객은 더는 더 높은 화질과 밝기에만 매몰되지 않아요. 더 큰 효용감을 주는 TV를 찾아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LG전자가 올레드시장을 개척한 지 10년 만에 올레드 TV를 제조하는 업체는 21개로 늘었습니다. 이제는 ‘올레드냐, 아니냐’ ‘어떤 올레드 패널이냐’는 문제보다는 이 올레드 세계에서 어떤 새로운 경험을 고객에게 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고민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10년간 쌓인 LG전자 TV 사용자의 올레드 제품 사용데이터가 큰 자산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데이터로 더 나은 TV 경험을 위한 기능 개선 방식을 고민할 수 있고, 올레드의 취약점으로 우려됐던 번인(잔상 문제)을 일으키지 않을 다양한 시나리오별 기술 노하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경쟁 TV 제조사들이 올레드시장에 새로운 패널기술을 선보여도 결국 소비자들과 함께 쌓아온 10년 데이터의 문턱은 감히 넘보기 어려울 것이란 일종의 자신감이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LG전자 올레드 TV의 고민은 ‘더욱 극대화될 올레드 패널기술 발달’과 ‘사용자의 TV 경험’의 균형추를 어느 선에서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정 소장은 “10년간의 고객 데이터로 더 고객에게 필요한 기술 고도화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단순한 워칭(Watching·시청)이 아닌 고객 경험에 중점을 둔 유징(Using·사용)으로 올레드 TV가 가진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드러낼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j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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