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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하준 英 런던정경대 교수 “뱅크데믹은 2008년 금융위기 후속편”
장하준 英 캠브리지대 교수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판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부키출판사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현상(뱅크데믹, 은행(bank)과 팬데믹(pandemic)의 합성어)들은 2008년 금융위기 후속 편이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가 10년 만에 반가운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을 들고 왔다. 장 교수는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신간 출판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최근 경제 이슈에 대해 그만의 신랄하면서도 명쾌한 분석을 내놨다.

장 교수는 최근 실리콘벨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된 뱅크데믹과 관련, 지난 2008년에 발생했던 금융위기의 후편(後篇)이라고 봤다. 그는 “1929년 대공항 때는 1, 2차 뉴딜을 하면서도 ‘스티브 스티걸법을 제정해 은행의 무분별한 투자를 막고, 국가적인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는 등 경제구조 개혁도 함께 했다”면서 “2008년에는 (구조개혁 없이) 자금 투입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본주의 금융 역사 400여년 간 제일 낮은 0%대 이자율은 10년 이상 유지, 자본시장 기능 자체를 무력화했다”며 “어디에 어떤 폭탄이 있는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장하준 英 캠브리지대 교수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판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부키출판사 제공]

장 교수는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중 관계에 대해선 “사실 미국은 원래 그런 나라”라며 ”다만 숨어서 하던 산업정책을 노골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최근 우리 정부와 관계가 개선된 일본이 동북아 한미일 공조를 하자고 하는데, 그런 말에 말려들어선 절대 안된다”고 일갈했다. 대외 무역의존도가 50% 이상 되는 우리나라가 15% 밖에 안되는 일본과 같은 길을 갈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장 교수는 “미국이 지금은 중국을 공격하지만, (미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생각하면) 결국 협력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중 관계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 근무제’ 논란에 대해선 “국민소득 3만5000달러 시대에 말도 안되는 이슈”라며 “문제는 근무 시간이 아니라 생산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생산성 향상에 묘수는 없다”며 “교육이나 연구에 투자하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창의성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세를 통해 투자를 늘리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감세로 투자가 확대된다는 주장은 증거가 없는 얘기”라며 “1950년대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이 90%대에 이르는 최고 세율을 대폭 낮췄지만, 투자는 늘지 않았고 심지어 영국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세금 역시도 경제학적으로 손익 분석의 시작으로 봐야지 세율 자체가 중요하진 않다”고 말했다. 세율 자체가 중요했다면 전 세계 모든 기업이 법인세가 가장 낮은 파라과이로 이전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중요한 건 정부가 걷어가는 세금만큼 서비스를 제공하냐는 것”이라며 “세율 자체가 아니라 세금의 가성비를 얘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그가 10년 만에 선보인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는 경제학 전도사인 장 교수가 마늘부터 초콜릿까지 18가지 음식 재료를 소재로 경제를 풀어낸 책이다. 그는 “모든 게 ‘경제’라는 렌즈로 파악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 문맹 퇴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음식 책인 줄 알았다가 끝까지 읽었다’는 아마존 서평처럼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쉽게 경제학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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