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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점, 인턴 챙겼는데 유튜버까지 돼야 해?” 자기소개 영상, 괴로운 취준생
경기 안산시 공무원 공개경쟁임용 화상면접시험장에서 관계자들이 비대면 면접 시연을 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취업하려면 유튜버라도 해야 해?”

입사 지원에 준비하려고 스튜디오를 뒤져본다. 어디서 촬영하는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어떤 콘셉트를 보여줄지 고민이다.

요즘 취업준비생들의 풍경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영상 소개 전형이 입사에 확대 적용되면서다. 촬영한 적합한 장소와 촬영 장비, 간단한 편집까지 두루 갖추기도 부담스럽다.

일부 업계에서만 요구하던 ‘영상 전형’은 코로나 사태 이후 대면을 대체할 수 있는 채용 전형으로 대폭 확대됐다. 엔데믹으로 대면 면접은 다시 가능해졌지만, 영상 전형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자기소개 영상을 서류 전형에 포함하는 채용 방식이 점차 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 인턴십 채용에서 텍스트 문항을 대폭 줄이는 대신 2분 분량의 영상을 제출하도록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2021년도 영업분야 인턴 모집부터 90~120초 분량의 영상 이력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영상 자소서를 통해 작년 상반기 공채를 진행했다. 자기소개서를 아예 받지 않고 2분 이내 동영상과 PPT 발표자료 중 선택하도록 했다.

보수적으로 평가받는 제약업계도 동참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다음달까지 모집하는 상반기 영업사원 공개 채용 1단계에 영상 전형을 포함시켰다. 작년 상반기 인턴 채용 시에도 3~5분 분량의 영상을 제출하도록 했다.

[123rf]

기업의 영상 전형이 확대되니 관련 서비스도 늘고 있다. 채용 플랫폼 알바몬의 ‘동영상 이력서’ 서비스의 경우 지난달부터 서비스를 확대했다. 과거엔 30초 이내로 영상을 첨부할 수 있었다면, 이젠 1분 분량 영상 2개까지 첨부할 수 있다.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도 갖가지 조언과 팁이 가득하다. “무늬가 없는 집안 벽을 찾아 촬영해라”, “개별 방을 쓸 수 있는 스터디룸 촬영이 답”, “정장보단 깔끔한 티셔츠가 낫다”, “졸업 전이면 대학교에서 카메라를 빌려보라”는 등이다.

기업 입장에선 영상 전형의 장점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텍스트 서류 전형보다 표절, 대필 등의 문제를 훨씬 줄일 수 있고, 구직자의 진솔하고 꾸밈 없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영상 제작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편집 기술 등에 과도하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123RF]

다만, 어떡하든 뽑혀야 할 취준생 입장은 또 다르다. 영상 제작이 익숙지 않은 일부 취준생들은 아예 외주에 맡기기도 한다.

금융권 취업 준비 중인 최모(28) 씨는 “1분 1초가 아쉬운 취준생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채용 과정 하나가 늘어난 셈이라 짜증난다”며 “기준을 충족했는데도 영상 제작에 익숙하지 않은 지원자는 불이익을 받고, 영상을 잘 제출한 지원자는 포장이 가능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서 926명을 대상으로 ‘동영상 자기소개 평가 도입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3%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동영상 자기소개를 요구할 경우 ‘지원을 포기할 것’이라는 응답도 43.6%로 집계됐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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