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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 그대로의 한국정원이 환경문제 해법…전 세계에 알릴 것”
헤경·KH, 박정욱·레지스 주비니 협회장 공동 인터뷰
작년 6월 佛 요청에 설립된 프랑스 케이가든 협회
“한국정원, 자연 속에서 인간 함께하는 모습 보여줘”
오는 2025년 파리 뤽상부르 정원서 한국정원 전시
5개 정자 설치…고조선부터 현대까지 시대별 구성
파리 전시 시작으로 한국, 뉴욕 등 전 세계 순회 계획
박정욱·레지스 주비니 프랑스 케이가든(K-Garden) 공동 협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일본이나 중국정원의 경우 산책로가 있고 다니는 길이 정해져 있다면 한국정원은 누구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자연과 가까이 호흡하고 함께할 수 있는 마음 속의 길이 있는 셈이죠. 자연과 인간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해 생태학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데 한국정원은 자연 속에 인간이 들어가 함께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박정욱 프랑스 케이가든(K-Garden) 공동 협회장)

“사극드라마를 통해 한국정원을 처음 접했습니다. 궁궐과 산이 한 공간에 존재하는 모습을 봤는데 유럽에서는 전혀 본 적이 없던 구성이었기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한국정원은 예로부터 화초나 수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살린 정원은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환경문제의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지스 주비니 프랑스 케이가든 공동 협회장)

지난 22일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가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만난 박정욱·레지스 주비니 공동 협회장은 한국정원의 정체성을 이같이 정의했다. 한국정원을 고리로 지난 2021년 프랑스 파리의 뤽상부르 정원 벤치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이들은 오는 2025년 같은 공간에서 열릴 ‘한국 르네상스 : 풍경에서 몸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한국정원’(한국 르네상스) 전시회의 청사진을 함께 그리고 있다.

두 공동 회장이 이끄는 케이가든협회는 작년 6월 한국정원을 중심으로 유럽의 생태학 및 문화 프로젝트에 부응하기 위해 프랑스 상원의 요청으로 설립된 단체다. 케이가든협회는 유럽 국제 문화 및 예술 행사를 통해 한국정원을 세계적으로 홍보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 르네상스 전시회 역시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프랑스 상원 주관, 케이가든협회 주최로 진행되는 한국 르네상스 전시회는 약 150억원 규모로 프랑스 측의 예산은 이미 확보됐고, 한국 측 예산은 협회가 정부기관 및 기업들과 협의 중이다.

베르사유 국립조경학교 출신의 조경사 레지스 주비니 회장은 “한국정원의 구성에 대한 설명을 프랑스의 어떤 학자에게도 들을 수 없었지만 다행히 박 회장의 논문을 접하게 됐고 그 논문이 이 모든 것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며 “생태적 시스템을 그대로 살린 한국정원은 반드시 유럽에서 깊이 있게 연구해야 될 표본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정원 연구 논문을 발표한 박 회장은 “사실 동양의 정원이라고 하면 일본정원을 많이 떠올리는데 역사를 살펴보면 고산수 정원 양식, 오교, 석등 등 일본정원의 기본 틀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전수한 기법”이라며 “이러한 역사를 2025년 한국 르네상스 전시회를 통해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레지스 주비니(왼쪽에서 첫 번째)·박정욱(가운데) 프랑스 케이가든(K-Garden) 공동 협회장이 프랑스 오랑주리 정원에서 기념촬영을 한 모습. [레지스 주비니 회장 제공]

2025년 5월~10월까지 6개월간 열리는 한국 르네상스 전시회에는 총 5개의 정자가 설치될 예정이다. 고조선 시대의 한국정원을 비롯해 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의 르네상스로 불리는 영정조 시대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정원의 모습을 재현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정원이 옛 시대의 상류문화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현대의 한국정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MZ세대 정원도 함께 구성한다. 박 회장은 “정원이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젊은 세대, 정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다시 해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케이가든협회는 전시에 새로운 기술인 DR(Dreaming Reality)기법을 적용해 관람객들이 가상현실을 통해 정원을 거니는 등 ‘체험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박 회장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DR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논의 중이고, 영화 아바타처럼 가상현실과 현실이 섞일 수 있는 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2년 뒤면 현재의 VR(Virtual Reality)과 같은 기술은 과거의 기술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한국 르네상스 전시가 세계 최초로 DR기술을 선보이는 첫 전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모든 요소에 있어 완성도 높은 전시를 만들기 위해 한국, 프랑스 양국의 예술가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전시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5개의 정자는 물론 전시 음악, 디지털 아트 분야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많은 예술가들을 섭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지스 주비니 회장은 “마리안 리스라는 프랑스의 유명 작곡가도 한국정원을 테마로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케이가든협회의 한국 르네상스 전시회는 2025년 파리 뤽상부르 정원을 시작으로 2026년 한국, 2027년 미국 뉴욕 등 전 세계 순회 방식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박 회장은 “한국정원의 컨셉을 (2025년 전시를 통해) 파리에 씌운다고 보면 된다. 그게 가능하다면 전 세계 모든 도시에도 가능한 것”이라며 “한국정원을 전 세계 도시에 퍼뜨리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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