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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백마을 중증장애인들, “시·사진 작품집 냈어요”
‘편백마을의 속삭임’ 출간…지난해 ‘편백숲을 거닐며’에 이어

[헤럴드경제=박준환 기자]울산 울주군 웅촌면의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인 편백마을(원장 이기원) 주민들이 최근 시·사진집 ‘편백마을의 속삭임’을 출간했다. 지난해 ‘편백숲을 거닐며’를 출간한데 이어 1년만에 다시 세상을 향해 ‘장애인 인식개선’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편백마을은 장애 1급의 중증 뇌병변·지적 장애를 가진 주민들이 거주한다. 신체적으로는 연필 한자루 거머쥐기 힘들고, 언어는 비장애인과 한마디 대화도 나누기 어려운 이들이다.

‘생각이 없으니 말도 못하는 거겠지’,‘먹고 배설하는 거 외에 아무 생각이 없겠지’.

일부 비장애인들의 편백마을 주민들에 대한 편견일 성 싶다. 이곳 주민들이 시·사진집을 출간하게 된 것은 이런 편견에 대한 도전장인 셈이다. 문학·예술 작품으로 사고능력을 입증하려 했던 것.

손끝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데다, 글씨는 지렁이 그림체이고 테블릿PC를 써도 독수리 타법이다. 창작의 고통은 비장애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8개월여간 그렇게 쓴 시·수필·사진을 모아 154쪽 분량의 책으로 출판했다.

뇌병변 주민 4명이 쓴 시 57편과 수필 17편, 지적·지체 중복장애인 7명이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 30점을 담았다.

또 이들이 교육을 받고 유니스트 북카페를 찾아 독서체험을 하는 등 작품활동 과정을 사진과 일지로 소개한 독서탐방 스토리, 이들을 창작세계로 이끌어준 생활지도원 7명의 소회도 함께 실었다.

주민들은 출판기념회를 마치자마자 가족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전화로 자랑하는 등 자부심을 드러냈다.

생활지도원들은 “이들의 멋진 모습을 보고 어린시절 접었던 작가의 꿈을 다시 꾸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기원 원장은 “선천적인 지적 장애인임에도 비장애인으로 살아보기라도 한 듯 상상을 통해 비장애인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희망을 그려낸다”면서 “이들의 작품속을 거닐다보면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천부적 인권을 누릴 자격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p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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