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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했던 쩔미의 모습(왼쪽)과 사고 이후 수술을 받은 모습(오른쪽). [인스타그램 @imzeolmi]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부부에게 입양돼 반려견으로 새 인생을 살게 된 유기견 ‘쩔미’가 음주 차량에 치여 입은 부상으로 하반신 마비를 겪게 됐다.
반려견 ‘쩔미’는 지난 1월 견주인 남성 A씨와 차를 타고 산책을 나갔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였다. 이 사고로 A씨도 전치 48주의 중상을 입었고, 쩔미는 하반신이 마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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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후 수술을 받은 뒤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모습. [인스타그램 @imzeolmi] |
이에 임신한 아내 B씨가 A씨와 반려견의 치료비와 생활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당면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해자 측은 “강아지의 치료비는 줄 수 없다. 법이 그렇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월 26일 오후 10시 15분쯤 시흥시 정왕동 옥구공원 앞 삼거리에서 50대가 모는 G80 음주운전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스포티지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스포티지 주변 1~2차로에 있던 G70 승용차 등 4대가 추가로 부딪치면서 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G70 승용차를 몰던 A씨는 부상자 6명 가운데 가장 크게 다쳤다. 사고 당시 음주운전자는 면허 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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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6일 오후 시흥시 정왕동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인스타그램 @imzeolmi] |
아내 B씨는 21일 쩔미의 사진을 올리던 인스타그램 계정에 두 달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이 사고로 남편은 왼쪽 갈비뼈 12대가 다 부러졌고, 장기에 동시다발적인 큰 충격을 받아 완전 절제 수술을 받았다”며 “차량 뒷자리에 타고 있던 사랑하는 쩔미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척추가 부러져 긴급 수술을 받았고, 큰 수술을 견뎌줬지만 여전히 뒷다리는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다. B씨가 공개한 영상에서 쩔미는 뒷다리를 질질 끌며 앞다리로만 움직인다.
B씨는 “임신 안정기가 되자마자 쩔미를 퇴원시켜 열심히 간호 중”이라며 “(남편은) 적어도 1년간은 일도 못하고 계속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곧 아이도 태어날 텐데, 생활비도 그렇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쩔미의 수술비와 치료비, 재활비는 저희에게 점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했다. 쩔미의 치료비만 현재 2900만원 정도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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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이후 수술을 받은 반려견 '쩔미' 엑스레이 사진. [인스타그램 @imzeolmi] |
이들 부부가 더욱 막막한 이유는 쩔미가 유기견이기 때문이다. 민법상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이다. 반려견 치료비는 결국 ‘수리비용’으로 처리되는데, 치료비 총액이 얼마든지 간에 피해물 사고 직전 가액의 120%까지만 받을 수 있다. 반려견의 경우 사고 직전 가액의 기준이 ‘분양가’다. 분양비가 없어 돈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
B씨에 따르면 가해자 측은 법대로 하자는 입장이다. B씨는 “가해자 보험사는 쩔미에 관한 치료비는 못주겠다며 소송을 하자고 한다”며 “법이 어떻든 간에,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남의 인생 이렇게 망쳐놓고 나몰라라하면 안 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