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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F 수익률도 1위...치솟는 금값, 경기 가늠자 되나
은행發 금융위기에 금투자 급증
관련 주식·ETF 모두 고공비행
상승세 전망 속 중요지표로 대두

‘안전 자산’인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와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에 대한 UBS의 인수 등으로 은행발(發) 금융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증시 상장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 등도 금과 관련되면 연일 고공행진이다. 금통장 등을 통해 투자에 나서는 개인 투자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현재 국면에서는 금값의 방향성이 향후 경제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경기선행지표로 활용되는 구리가 경기선행지표로 여겨지며 ‘구리 박사(Dr. Copper·닥터 코퍼)’라고 불리는 것처럼 금이 유사한 역할을 수행할 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올해 4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일대비 46.30달러(2.4%) 급등한 온스당 1995.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가격은 장중 다시 온스당 2000달러대로 치솟기도 했다. 최근 1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17일 온스당 1987.93달러를 넘어선 수치다.

국내 시장에서 금 가격도 급등세다. 전날 한국거래소에서 KRX금 가격은 g당 8만1360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6.63%나 올랐다. 지난 20일엔 KRX금 가격이 g당 8만349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금 관련 주식 종목과 ETF 모두 고공비행 중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VB가 파산한 지난 10일부터 전날까지 상장지수펀드(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18.18%가 오른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였다. 7위 ‘KODEX 골드선물(H)’(9.18%), 8위 ‘TIGER 골드선물(H)’(9.12%) 등 수익률 상위 10위권 내에는 금 관련 ETF가 3종이나 이름을 올렸다.

국내 증시에서 금 관련주로 꼽힌 종목의 상승세도 눈에 띄었다. 몽골에서 금이 매장된 광구 탐사권을 보유하고 있는 엘컴텍의 주가는 10~23일 67.66%나 급등했고, 한국금거래소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아이티센 주가도 같은 기간 6.31% 올랐다.

금 가격 상승세를 재테크에 활용하려는 개인도 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금통장) 잔액은 연초 5054억원에서 지난 20일 5347억원으로 5.8% 늘었다.

금융권 위기 여진이 계속되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까지 여전해 금값이 더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의 마찰 등 지정학적 역학도 금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며 “금에 대한 관심을 중장기적으로 가져도 좋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을 끌어모은 점도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오 연구원은 설명했다. 세계금협의회에 따르면 각 중앙은행은 지난해 1136t의 금을 사들였다. 2021년보다 250% 넘게 늘었다.

금 가격의 흐름이 경기가 침체냐 아니냐를 보여주는 중요 지표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1980년 이후 금과 미 2년물 국채금리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은 일반적으로 미 국채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 금리 상승세가 제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 가격이 경기 침체냐 아니냐를 보여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 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속적인 금리인상’이란 표현을 삭제하고 기존 점도표(5.0~5.25%)를 유지하면서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 점은 국채 금리가 더 오르지 않을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주장이다.

현재 시점에선 금값 하락 반전하는 국면이 급격한 경기 침체의 시작을 시사하는 ‘진짜 위험’이라고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1980년 이후 금리 하락 시 금 가격이 동반 하락한 5번 중 4번은 1980년대 초 오일쇼크와 더블딥, 1990년대 초반 걸프전과 저축대부(S&L)로 인한 침체, 2000년 IT 버블 붕괴, 2008년 리먼 사태”라며 “현재 시점은 연준이 SVB 사태로 신설한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늘렸고, 시장 역시 유동성 추가 공급에 대한 기대가 커 금값이 오르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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