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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정훈 PD ”‘국가수사본부’는 ‘그알’ 반작용으로 기획됐다”
‘그알’ 배정훈 PD는 왜 OTT로 갔을까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웨이브(Wavve)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가 웨이브 전체 타이틀 중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콘텐츠 1위를 기록하며 자체 신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웨이브에서 시사교양물로는 최초의 1위다.

‘국가수사본부’는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당신이 혹하는 사이’ 등 영향력 있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한 배정훈 PD의 신작이자 첫 OTT 연출작으로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수사 다큐 ‘국가수사본부’는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세상에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100% 리얼 수사 다큐멘터리로, 대한민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치열한 24시간을 그려내 ‘끝을 보는 사람들’의 차원이 다른 진정성을 담아냈다. 배정훈 PD를 만나 마포의 한 빌딩에서 만나 기획의도와 제작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가수사본부’는 약간 블러 처리를 하지만 참혹한 범죄현장을 보여준다. 하지만 범인을 끈질기게 쫓는 형사들에 포인트를 맞춰 별로 선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를 통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부산 양정동 모녀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부산진경찰서 형사, 클럽에서 마약 파티를 벌이는 현장을 검거하는 부산경찰청 수사대, 조폭과도 연결된 사설경마장을 추적하는 평택경찰서와 광주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국가수사본부’의 포커스이자 방점은 사건이 아닌 경찰관이다. 경찰들의 활약과 노고를 보여주다 보니 사건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뻔뻔한 피의자의 모습이 조금 길게 나온 것도 그것을 대응하는 경찰의 노고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국가수사본부’는 작은 휴대폰보다는 TV 화면으로 보기를 권장한다.”

배 PD는 지상파에서 수사 시사다큐를 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OTT로 갔을까?

“나는 TV 플랫폼만 제작한 사람이다. 형사는 기다림의 미학, 참을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 걸 담는 건 OTT 제작자의 장점이다. 조급해하지 않는다. 이런 걸 찍는다고 반길 사람은 없다. 우리는 중간에 멈춰도 된다는 생각으로 찍는다.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확보돼 있다. 마감에 쫓기지 않았다. 서로 존중하면서 찍었다.”

총 7개 팀이 서울, 부산, 광주, 강릉, 원주, 순천, 여수 등의 지역에서 동시에 펼쳐져 제작을 진행했다고 한다. 배정훈 PD는 시간에 쫓겨 사건 취재를 적당한 선에서 끊어야 했던 전작들과 달리 ‘국가수사본부’는 마지막 결말까지 끈질기게 지켜봤고, 그 결과를 카메라에 낱낱이 담았다고 전했다. TV 파일럿을 찍을때 3개월이 걸렸다면 ‘국가수사본부’는 1년이 소요됐다고 했다.

“각 회차들 모두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이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살인사건 현장은 피가 낭자한데도 저희 화면은 빨강색이 없다. 흔히 OTT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고들 하는데, 사체의 모습 처리방식에 대해 고민했고, 좀 더 보수적으로 화면을 처리했다.”

‘국가수사본부’가 강력계 형사에 집중하면서, 머리를 쓰는 수사나, 과학을 활용하는 수사들이 눈에 잘 들어왔다. 사설경마를 좇는 광주경찰청 한 형사는 “격투 끝에 검거하는 것은 최하수, 추격 끝에 잡는 것은 하수다. 상수는 그냥 전화로 (범인이) 올 수 있게 하는 거다”면서 “데이터 없이 발로 뛰는 수사는 전근대적인 수사”라고 했다. 배 PD가 사건보다 경찰을 더 부각시키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경찰이 잘못한 것, 의도를 가지고 왜곡한 것을 주로 취재해 방송한다. 사실은 경찰이 잘 했던 게 더 많았다. 하지만 경찰이 잘했다고 하지 않는다. 그냥 했다고 표현한다. 잘해봐야 본전인 직업이다. 그들이 잘하는 걸 보여주는 건 흔치 않다. ‘그알’의 반작용으로 기획된 게 ‘국가수사본부’다.”

배정훈 PD는 “현장에 가보면 강력반 형사들이 별의별 일까지 다 한다. 화분 훔쳐간 사람을 잡는 것도 강력계의 일이다. 이것도 점유물 이탈죄로, 강력사건 피의자 검거와 똑같다. 이런 사건을 몇십개씩 맡아서 처리하고 있더라”면서 “우리도 매번 그분들을 비판하길 바빴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취재하니 그분들이 낯설어했다. 우리 경찰은 수사를 잘하고, 과학수사가 만점이다”고 전했다.

‘국가수사본부’에 나오는 형사들은 어떻게 섭외했을까? 제작의 첫단추인 섭외는 처음에는 7개 팀이 입소문에 의지해 찾아다녔다.

“마동석 같은 형사가 있다고 해서 가봤더니 ‘샤이’하고 말을 잘 못했다. 부산 투캅스는 캐릭터도 완벽하고 말도 잘했지만 사건이 없었다. 이런 적도 있었다. 강릉경찰서에 기획안을 들고 형사과장님을 만나러 갔는데, 그 분이 제가 13년전 원주에서 ‘궁금한 이야기 Y’를 취재하며 무리하게 담을 넘다가 검거돼 우리 팀을 수사하신 강력팀장이었다. 그 분이 승진해 강릉경찰서 형사과장이 됐다. 섭외는 미리 선정하기 보다는 발품을 팔고 가능하면 사건을 다 찍어 편집하려고 했다.”

배정훈 PD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OTT 트렌드답게 회당 40분짜리로 만들었다. 내레이션이 없어 설명적이지도 않다. 사족 없이 간결한 방식. 적당한 거리두기를 하며 관찰자 입장을 유지한 게 몰입감을 줄 수 있었다.

“가상 아닌 실제 존재하는 스토리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게 시사교양 작가와 감독이다. 더하기와 빼기가 없는 일차적인 콘텐츠가 ‘국가수사본부’다. 이번 소스를 바탕으로 외형을 달리해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OBS에서 제작한 ‘경찰 25시’(2009~2014)라는 현장 수사물이 있었지만, 오래 공들여 제작한 다큐는 없었다. 이걸 잘 만들면 글로벌 니즈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미국 수사 콘텐츠를 보고 흥미를 가졌듯이. 이건 제작 못지 않게 유통의 영역이긴 하지만 K-다큐도 글로벌 전망이 밝다.”

배정훈 PD의 차기작은 ‘덜미’다. 이야기 원형은 여전히 실화지만, 영화와 다큐의 경계에 있는 새로운 콘텐츠다. OTT에 편성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수사 다큐는 반짝 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스테디하게 관심을 끌 수 있는 장르의 콘텐츠”임을 강조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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