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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할 땐 안전자산”...금값 사상 최고치 근접
금값 1년만에 온스당 2000달러 돌파
전문가 “수 개월내 역대 최고가 경신”
현금선호 MMF에도 역대급 자금유입
지난 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캐나다광물탐사개발협회(PDAC) 연차총회에 전시된 금화. [로이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여파가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을 촉발하면서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은행에서 빠져 나온 돈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으로 발길을 돌리며 금값은 1년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금성 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에도 역대급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은행발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되며 이같은 돈 쏠림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금융 불안 이슈에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금값을 끌어 올리고 있다. 20일 금 현물가는 t온스당 일시 2000달러를 돌파했다. 금 가격이 2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1년만이다. 금값은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2020년 8월 사상 최고치(2073달러)를 경신한 바 있다.

세계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 SPDR골드트러스트의 금 보유량 역시 지난 일주일동안 20t이나 증가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2년 5월 이후 최대 유입이다.

SVB 파산과 UBS 인수로 일단락된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가 촉발한 금융 불안이 한동안 투자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 시장 혼란이 엄격한 금융 규제와 은행 대출 제한으로 이어지고, 기업들의 재정 위기와 잇따른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맞물리며 금값을 견인하고 있다. 가메이 고이치로 도쿄시장전략연구소 애널리스트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미 경기 침체의 우려로 기업 신용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최근 금값 상승세에 경기 전망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이른바 ‘위험 프리미엄’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금값에 반영된 ‘위험 프리미엄’은 2월 초 대비 15% 오른 약 1100달러로 추산된다. 위험 프리미엄이 금 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의 피봇(통화정책 전환)이 가시화한다면 금값은 더 치솟을 전망이다. 올레 한센 색소은행 상품전략 책임자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뜨거운 상황에서도 연준이 좀 더 비둘기적 전망으로 전환한다면 금값을 더 높이 밀어올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수 개월 내에 금값이 팬데믹 기간 기록한 역대 최고가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 투자를 주로하는 펀드 스프로트의 휘트니 조지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확실히 (금값이) 신고가를 향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금자산 보유 움직임도 뚜렷하다. 특히 현금성 자산인 MMF로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일 SVB 위기가 본격화한 후 일주일동안 약 1209억3000만달러가 미 MMF로 유입됐다.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유입이다. 또한 현재 MMF의 자산규모는 5조1000억달러로, 관련 데이터 집계 이후 최고치다.

재무 전문가들은 MMF 등 현금성 자산 쏠림 현상에 대해 최근 잇따른 은행권 위기가 ‘최고의 위기 방어 수단은 현금’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고 설명했다. SVB가 인출 요청을 감당하기 위해 싼값에 국채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해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부터 오늘날의 금융 시스템 혼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CNBC 금융자문위원회 위원인 재무설계 전문가 라제타 브랙스턴은 “유동성이 없으면 잘못된 시기에 자산을 매각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면서 “언제나 현금 쿠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즈 앤 손더스 찰스슈왑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 중소은행 위기가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MMF와 기타 현금성 자산에 대한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더 큰 그림은 우리는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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