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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글속 대통령궁·스마트도시...‘인니판 세종’ 신수도 꿈 착착
수도상징 대통령궁 내년 8월 준공 목표
인구 30만 거주 ‘스마트 시티’ 지향
인니정부, IT강국 한국 기술협력 요청
신수도 개발 원점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 디아나 꾸수마스뚜띠 공공사업주택부 주거개발총국장(왼쪽에서 네번째) 등이 대화하는 모습. 고은결 기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인 보르네오섬 칼리만탄주(州) 발릭파판에서 차를 타고 다시 2시간가량 들어가 닿은 신수도 예정지 ‘누산타라’(많은 섬).

지난 1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주지원단’ 동행 기자단은 단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이날 이곳을 찾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발릭파판 내에 신수도 누산타라를 짓고 있다. 지난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새 도시를 누산타라로 명명하고, 2024년 8월 17일 인도네시아 광복절을 새 대통령궁에서 기념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보르네오섬 남동쪽 해안가에서 시내를 지나 2시간을 내달려 누산타라에 가까워질수록, 이곳이 인구 2억8000만여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의 신수도로 바뀔 모습을 그리기는 쉽지 않았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발릭파판 시내는 정비되지 않은 도로, 야트막한 가옥과 노점 등 전형적인 시골 동네의 모습이었다. 시내를 지나 대통령궁으로 향하는 길은 양쪽으로 수십 미터에 달하는 나무들이 빽빽해, 여전히 정글에 가까웠다.

현 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은 면적이 인도네시아 전체 국토의 6.7%에 불과함에도 전체 인구의 60%가 몰려 있어, 교통체증과 식수 고갈 등 고질적 문제를 겪고 있다. 국토 불균형 성장과 지반 침하 등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거센 논란 속에서도 자카르타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이곳에 행정도시 역할을 할 신도시를 짓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주 발릭파판 내 신수도 예정지의 대통령궁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대통령궁 부지. 푸른 지붕은 주정부 임시 사무소. 고은결 기자

신도시 예정지 총면적은 2561k㎡며 이중 실질적인 수도 기능을 집중시킬 ‘핵심구역’은 66.7k㎡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총사업비 40조원을 들여 2045년까지 단계적으로 건설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신수도가 들어설 동칼리만탄의 총 인구는 191만명으로 자카르타(1064만명)의 18%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향후 핵심구역에만 인구 30만명이 살게 한다는 목표다. 우리나라의 행정중심도시 세종시(38만5000명)와 비슷한 규모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세종시를 건설한 우리 경험을 높이 사고 있다. 신수도 기획부터 토지 획득, 재원 조달, 사업 이행 전 과정을 참고했다.

누산타라에는 수도의 상징인 대통령궁도 세워진다. 신수도 예정지 내 정수장 건설 현장에서 20분간 경사 오르막길을 달려 숲속으로 들어가면 허허벌판의 부지가 나온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11월 착공해 2024년 8월까지 이를 준공, 내년 8월 17일 독립기념일 행사를 이곳에서 하기로 했다. 공정률은 지난달 기준 약 5% 수준이다.

준공 시 부지 앞부터 대통령궁, 집무실, 인도네시아의 국조(國鳥)인 전설 속 새 ‘가루다’가 양날개를 펼친 모습을 형상화한 사무실 건물이 위치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대통령 부지의 지반 높이만 12m에 달하고, 양날개를 형상화한 건물 높이는 83m로 전체 높이만 100m 수준이다.

이날 살펴본 대통령궁 부지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주변 환경은 신수도 개발이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임을 직감케 했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히려 주변의 자연경관을 유지하는 형태로 특징을 살려 신수도를 완성한다는 구상을 분명히 했다.

신수도는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한 친환경 스마트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대통령궁 부지 인근 숲길에 낸 계단을 내려가면 신수도 개발 원점이 나타나는데, 이곳은 작은 공터 형태로, ‘TITIK NOL NUSANTARA’(누산타라 원점) 문구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녹지가 에워싼 이곳을 ‘친환경 스마트 도시’ 누산타라를 상징하는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누산타라의 관청 건물 공사 현장. 내년 8월 대통령궁부터 이전 계획에 있다. [연합]

인도네시아가 구상하는 ‘친환경 스마트 도시’ 중 ‘스마트’ 기술에는 우리 나라 기업들이 적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양국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우리 정부에 스마트시티 전문가 파견을 이른 시일 내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삼성물산, 현대차, LG CNS 등 우리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기업과 스마트시티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원 장관은 “신수도 현장을 보니 인도네시아로서는 굉장히 큰 그림을 가지고 세운 계획인데, 그만큼 어려움과 도전들이 많아 보인다”며 “인프라를 어떻게 갖춰나갈 것인지, 또 스마트 도시 등의 목표를 위해 많은 기업과 재정 투자 등이 필요한 도전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과거 식민 지배와 독립의 경험, 끈끈한 패밀리십을 중시하는 문화 등의 정서적 공통점에서 남다른 친밀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원 장관은 취임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 측과 수차례 대면했고, 외국 장관 중 최초로 이날 신수도 현장을 찾기에 이르렀다. 현장 시찰에는 간디 술리스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직접 동행해 친분을 내비치기도 했다.

원 장관은 “돈을 벌겠다는 접근보다는 신수도 프로젝트를 함께 고민하며 한국의 인프라 투자·기술·기업 경쟁력, 인도네시아 자체의 인적 역량 육성 등에 대한 장기적 목표를 가져야 한다. 당장의 손해와 이익을 떠나 미래에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함께 간다는 정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아나 꾸수마스뚜띠 공공사업주택부 주거개발총국장도 “우리가 콘셉트로 내세우는 ‘스마트 포레스트 시티’(smart forest city)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빌딩, 스마트 도시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첨단 기술을 가진 한국과 협력해 신수도 지역에 접목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협력 기조 속에 이미 우리 정부는 인도네시아 신수도에 수도 공급 관련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일종의 선발대다. 이날 대통령궁 부지에 앞서 찾은 신수도 예정지 내 댐 공사장 인근에는 ‘탄소중립 정수장’ 사업 부지가 있다. 우리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요청에 따라 상수도 인프라 구축과 스마트 물관리 이전 등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신수도 정부핵심지역(KIPP) 내 수돗물 공급을 위해 일 3만톤 규모로 지어지고 있으며, 준공시 인구 15만~20만명에게 상수 공급이 가능하다. 내년 초 착공해 2027년까지 준공 예정으로, 사업 금액은 285억원이다. 공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K-워터)의 민휴 인도네시아사업단장은 “인도네시아에는 기술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술 지원이 없으면 물이 있어도 못 쓴다”고 강조했다.

누산타라(인도네시아)=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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