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연준아, 금리 내리고픈 것 아니니?’…‘금리 덫’에 걸린 파월, 자본시장 운명은? [투자360]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21~22일(현지시간) 개최하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딜레마에 빠졌다. 급격한 속도의 긴축 탓에 벌어진 금융 시스템 위기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선 ‘금리 동결’에 나서야하는 상황이지만, 금리를 동결할 경우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자인함으로써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에 예고했던 금리 인상을 강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3월 FOMC, ‘베이비스텝’에 무게 실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투자 분석가들은 3월 FOMC에서 연준이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 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한다. 이들이 ‘금리 동결’ 가능성을 일축하는 이유는 바로 자본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 동결 시 자칫 투자자들이 일부 은행의 유동성으로 발생한 위기를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동결이 단기적으론 증시의 ‘안도 랠리’를 불러오겠지만, 큰 틀에선 ‘물가 안정’이란 중앙은행의 기본 목표와 책무를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의 확산 가능성을 인정하는 셈인 만큼 연준 정책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 취약 은행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금융 불안 확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으로 벌어진 문제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3월 FOMC의 예고편으로 여겨지던 유럽중앙은행(ECB)이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6일(현지시간) 예고했던대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막판 ‘금리 동결’ 급부상에 시장은 예측불허

이런 상황 속에서도 3월 FOMC가 가까워질수록 ‘금리 동결’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미 연준이 캐나다·영국·일본·유로존·스위스 중앙은행과 통화 스와프 확대에 나서며 글로벌 금융 경색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데다, 연준 전문기자로 유명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는 CNBC 방송에 출연해 ‘금리 동결’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3월 FOMC 기준금리 예상치는 심하게 요동치면서 예측불허의 시장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17일 38%였던 금리 동결 가능성은 20일 오전 3시(미 중부시간, 한국시간 20일 오후 5시)엔 48.3%에 이르렀고, 한때 50% 이상으로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앞지르기도 했다. 20일 오후 6시(한국시간 21일 오전 8시) 현재 금리 동결 가능성은 23.2%다. 하루 사이에도 예측치가 20%포인트가 넘게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SVB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이던 지난 10일 파월 의장의 매파(긴축 정책 선호)적 발언 탓에 금리 동결 가능성은 ‘제로(0)’였던 반면, 빅스텝 가능성이 40.2%에 이르렀던 것을 떠올려본다면, 불과 열흘 만에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가 발생한 셈이다.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주요 인사들의 공개 발언을 금지한 ‘블랙아웃’ 기간이 이번 SVB·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국면에선 혼란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베이비스텝’ 대세론과 시장의 기대적 전망이 담긴 ‘금리 동결’ 주장이 강하게 맞부딪히면서 투자자들이 향후 행보를 결정하는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고,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파적 동결’과 ‘비둘기(완화 정책 선호)적 인상’의 충돌 양상이 3월 FOMC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한목소리로 “불확실성 속 신중한 투자 필요”

투자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현재 상황에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현금 자산을 보유한 채 상황을 지켜봐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이경민 팀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등락 속에서도 코스피 수익률이 지난주 보합세로 선방했지만, 최근 6거래일 중 4거래일간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코스피 밸류에이션 부담이 계속되고, 강(强)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을 지켜보며 투자에 유보적인 자세를 지닐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 기관들의 유동성 문제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선 최고 안전자산인 현금 보유 중요성도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신증권]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예측이 무효한 시장”이라며 "은행의 유동성 부족 현상이 실물 경제에 대한 자금 공급에 어려움을 준다면, 기업도 자체 현금을 보유한 곳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필수소비재, 커뮤니케이션, IT 등이 다른 업종에 비해 현금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제시했다.

긴축 완화에 대한 섣부른 기대감을 경계하면서 단기적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경험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긴축 속도 조절이 유의미한 약(弱)달러 현상을 만들지 않았다”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은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변수이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증시 비중을 확대할 적기는 경기 개선 국면과 투자 사이클 때”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